[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2013년도 국정감사 일정이 중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국회가 피감기관을 상대로 무턱대고 의혹만 제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슈를 만들 목적으로 근거가 부실하거나 정황이 안 맞는 부분도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올해 원자력발전소 납품비리와 발전소 정지·고장에 따른 전력난, 공기업 부실경영과 기강해이 등의 물의를 빚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 공공기관들은 국감시즌을 맞아 국회가 불리한 의혹을 주장하는 것 아닌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해명에 진땀인 모습이다.
22일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 국감을 맡은 국회 상임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미래위는 원자력안전위원회등 원전분야, 정무위는 경제사회인문연구회를 비롯 공공기관 감사를 담당한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각 상임위는 가뜩이나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진 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을 겨냥해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부실한 의혹만 제기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2013년도 국정감사 현장(사진제공=뉴스토마토)
지난 16일 국회 미래위 최재천(민주당) 의원은 국내 원전 외주·하청 노동자 1인당 방사능 피폭량이 한국수력원자력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최대 18.9배나 높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한수원이 외주·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당시 작업을 수행한 월성 1호기 노동자의 평균 피폭량이 2.65m㏜로 일반 작업자보다 높은 것은 맞지만 이는 원전 노동자의 연간선량한도인 20mSv의 13%"라며 "이는 자연에서 1년 동안 피폭 받는 방사선량"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최재천 의원 측 자료는 한수원 노동자의 평균 피폭량과 방사선량을 가장 많이 받은 업체의 데이터를 극단적으로 비교해 마치 모든 협력업체 직원이 방사선에 과다노출된 것처럼 보인다"며 "방사선 구역에서 작업하면 방사선 측정기를 반드시 착용해 방사선 노출량을 상시 측정·관리하며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20일에는 국회 산업위 김제남(정의당)이 한수원의 입찰비리를 제기했다. 신고리 원전1호~4호기, 신월성 원전1·2호기에 케이블을 납품한 LS전선과
JS전선(005560) 등의 투찰률이 최고 99.8%라며 한수원이 입찰담합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
김제남 의원은 "총 8기의 원전에 들어가는 케이블의 입찰결과를 보면, 업체별로 돌아가면서 낙찰받았고 투찰률도 입찰가의 99.1%에 달한다"며 "이는 전형적인 입찰담합 수법으로 한수원이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이 입찰에 연루됐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정상적인 입찰이었다"며 "예정가격은 원천적으로 전산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입찰이 마감되기 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알 수 없고, 모든 구매계약은 최초 구매계획 수립 때부터 낙찰자가 결정까지 다단계 감사를 통해 철저히 감독·조사한다"고 해명했다.
부실한 의혹 제기에는 일부 언론도 편승하고 있다. 22일 일부 언론은 정부가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파워의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권 획득을 돕기 위해 동양에 유리한 항목의 배점은 늘리고 불리한 항목은 줄이는 식으로 수주 특혜를 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보도는 사실관계에 많은 오류가 있고 관련 의혹도 전혀 근거없다"며 "건설의향 평가기준은 매번 전문가들로 구성된 설비계획소위원회에서 수정을 했고 지역수용성 평가와 사업추진 여건 평가를 강화했으며 평가위원회는 평가 당시의 객관적 재무지표를 토대로 평가를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국정감사와 관련 국회가 피감기관에 제출을 요구한 자료들(사진제공=뉴스토마토)
이와 같은 부실한 의혹 제기는 평소에는 국감 준비에 소홀하다가 국감 때면 이슈 만들기에 급급한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감 직전만 되면 국회에서 각종 자료를 몇 년 치나 제출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며 "뭔가 문제가 있어서 자료를 달라기보다 일단 모아놓고 문제가 될 꼬투리를 잡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의혹에 대한 당사자의 해명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국감장에서 의원들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고성만 지를 뿐 사실확인이나 해명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며 "피감기관을 압박해서 잘못만 부각하기보다 문제의 대안을 찾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서는 서로 확인하고 이해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