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글로벌 제조업 '디커플링'..중국 회생·선진국 둔화

입력 : 2013-10-25 오후 4:24:34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올해 하반기 들어 글로벌 제조업경기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4개월째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는 동안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별 제조업 경기 회복 속도 차이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美·EU 제조업 PMI 고전..연방정부 셧다운 여파
 
2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발표한 10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1을 기록해 전월 기록인 52.8과 시장 전망치인 52.5를 모두 하회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51을 기록한 이후 1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생산지수가 전월 55.3에서 49.5로 위축돼 산출량이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고, 신규주문 지수 역시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발표된 유로존의 제조업 PMI는 전월보다는 개선된 결과를 내놨다.
 
마르키트는 이달 유로존의 제조업 PMI가 51.3을 기록해 직전월의 51.1에서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전망치인 51.4를 하회했고, 특히 유로존 5대 경제국 중 하나인 프랑스는 전월 49.8보다 하락한 49.4를 기록해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달 미국의 제조업 지표 악화가 연방정부 셧다운의 영향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정부는 16일간의 정부 폐쇄를 종료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경기 회복세를 둔화시켰다"며 "정부 위기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기업활동에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산안과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미 정치권 대립이 미국 경제를 넘어 세계 전체에 타격을 주면서 유로존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마리 다이론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는 "미 의회의 다툼이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유로존의 제조기업들은 현재 미국의 경기 전망이 개선될 때까지 신규 주문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유로존 경기 회복이 느리고 고르지 못한데다가 취약할 것이라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망에 힘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제조업 PMI 7개월만에 고점..미니 부양책 효과
 
이와는 달리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지난 8월 확장국면에 들어선 이후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이다.
 
전날 HSBC는 중국의 10월 제조업 PMI가 7개월만의 고점인 50.9를 기록해 전달의 50.2와 사전 전망치 50.4를 모두 상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제조업 PMI 변동 추이
 
특히 신규 주문이 51.6으로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지수를 상승세로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중국의 미니 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경제 성장 모멘텀이 지속되는 신호로 풀이됐다.
 
중국 정부는 경제 구조개혁에 나서되 기업들의 세금을 줄이고 수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구조개혁에 따른 성장 둔화를 우려한 것이다.
 
취홍빈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가 지난 3분기(7~9월) 바닥을 다진 뒤 4분기(10~12월) 들어 더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 동반 회복 언제쯤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 선진국과 신흥국의 제조업 경기 회복이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4년만에 제조업 생산이 감소한 원인이 국내 수요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향후 국내 수요 반등 여부가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르키트 측은 "이달 제조기업들의 생산 감소는 신규주문 부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신규주문의 성장이 둔화된 것은 국내 수요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 미 의회의 예산안 다툼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국내 수요가 쉽게 살아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변수로 남아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에단 해리스 BAML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의 여파와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며 "향후 수개월에 걸쳐 경제지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유로존 제조업 경기에 대해서도 그리 낙관적인 전망은 나오지 않았다. 
 
마틴 반 브리엣 ING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선 것은 맞지만 이날 지표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회복세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제조업 경기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취홍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 회복 모멘텀이 향후 수개월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경제 구조개혁이 가속화되면서 중국 경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 역시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동안에는 경기 회복세가 가파르지 않겠지만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중국의 PMI 예비치가 확정치와는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야오웨이 소시에떼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의 중국 PMI 역시 예비치와 확정치의 차이가 컸다"며 "중국 제조업 경기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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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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