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미국 정보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10년 이상 도청해왔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 같은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월 독일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27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 정보국이 2002년부터 메르켈 총리의 전화통화를 도청해 왔다고 보도했다.
2002년이면 메르켈이 기독교민주당(CDU) 대표직을 수행할 때로 총리직에 오르기 전이다.
슈피겔에 따르면 이 같은 감청 활동은 지난 6월 중순경 오바마 대통령이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까지 이어져 왔다.
더불어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 정보국이 미국의 한 휴대폰 업체 네트워크망을 통해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로마, 밀란, 파리, 제네바, 마드리드 등의 대사관에 대한 도청도 진행해 왔다는 의혹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 정보국의 도청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스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은 "만약 미국이 독일인들의 전화통화 내용을 감청했다면 그것은 독일 땅에서 독일법을 어긴 것"이라며 "도청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010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의 보고를 통해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도청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지적도 연이어 제기됐다.
독일 주간지 빌트암존탁은 오바마가 메르켈에 대한 도청활동을 중단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계속 진행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메르켈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은 도청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바 있어 사실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키이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2010년 오바마 대통령에게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도청 작전을 개인적으로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