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올 3분기 LG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애플의 신제품 효과에 힘입어 외견상으로 만족할 만한 실적을 내놨지만, TV의 부진에 내상을 입은 모습이다.
두 회사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출시로 3분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주력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TV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특히 4분기 이후 애플의 신제품 효과가 걷히게 되면, TV 부품의 부진이 표면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울트라HD(UHD) 패널을, LG이노텍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대안으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물론 기존 애플향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이원화 전략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4%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 늘었다. 한마디로 장사를 잘한 셈.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하면서 외견상으로는 성공적인 분기의 모습이다.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효과가 영업이익 상승세를 가져온 것이 컸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TV용 대형 패널의 부진이라는 복병이 존재하고 있다. 3분기에 TV용 패널 매출 비중은 지난 2분기 51%에서 3분기에 44%로 감소해 매출 하락의 원인이 됐다.
4분기에도 TV용 패널의 부진과 중소형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선전이라는 기본적인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국을 늘려가고 있는 데다, 아이패드 신제품도 출시됐다.
그럼에도 4분기에는 세트 업체의 재고 정리 등으로 TV용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고민.
더 큰 문제는 애플의 신제품 효과가 반감되는 4분기 이후로, TV의 부진이 LG디스플레이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CD TV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판가 하락도 지속될 것이 유력하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 TV의 시장의 내리막길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라며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타개책으로 UHD 패널 시장의 빠른 활성화를 꼽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성숙한 LCD 시장에서 부진을 최소화하고, 성장성이 큰 UHD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LG디스플레이 실적발표회에서는 LCD TV 시장 축소의 타개책으로 UHD 시장을 꼽았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UHD 패널 시장에서 저가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내년에 글로벌 UHD 패널 규모가 600만대로 예상되는데, 이가운데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같은 그룹 계열사인
LG이노텍(011070)에도 적용된다. LG이노텍 역시 애플 신제품으로 카메라모듈은 선전했지만, LCD TV에 들어가는 '발광다이오드 백라이트 유닛(LED BLU)'의 매출은 감소했다.
LG이노텍은 지난 24일 3분기 매출액 1조5955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8%, 영업이익은 110.7% 급증했다.
3분기를 이끈 것은 역시 카메라모듈이었다. 애플 아이폰 신제품 출시로 800만 화소 카메라모듈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증했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30% 늘어나 전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제일 컸다.
하지만 TV의 부진으로 LED 사업부의 매출은 하락했고, 적자폭도 줄이지 못했다. 역시 4분기 이후 애플 효과가 둔화되면 LED 사업부의 부진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LG디스플레이가 UHD 패널을 대안으로 꼽았다면, LG이노텍은 LED 조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LED 사업부가 매출 하락에도 직전 분기와 비슷한 적자폭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가가치가 높은 LED 조명 매출 증가였다.
이에 3분기 26%까지 증가한 LED 조명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면서 TV의 부진을 타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LED 업계 관계자는 "LCD TV에 채용되는 LED BLU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고, TV 시장도 성장세가 둔화돼 BLU 시장은 한계에 부딪혔다"며 "시장이 커져가는 LED 조명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의 두 부품 계열사에 있어 애플은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고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간 성장을 이끌었던 TV가 기둥 역할을 못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이에 양사가 바라는 UHD와 LED 조명의 '신세계'를 향한 행보가 전략대로 맞아 떨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