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29일 이뤄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일제히 공사의 부채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LH는 141조에 달하는 부채로 하루 이자만 124억원에 달한다.
국감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LH 부채문제를 거세게 질타했다.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은 "공기업 부채문제를 LH가 주도하고 있는데 민간기업이면 벌써 도산했을 것"이라며 "사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장용 의원은 이재영 LH사장에게 "LH의 부채문제를 해결하면 시대의 영웅이 되겠지만 전임 사장의 길을 따라가면 LH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LH의 사업구조 특성과 침체된 부동산 경기 상황을 김안할 때 일방적인 질타보다는 근본적인 대안 제시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LH의 부채 문제를 잘못된 경영판단에만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공공주택 공급사업과 함께 보금자리주택사업, 행복주택 등 정부의 핵심 주택공약을 직접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원들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부채문제를 지적할 때 부동산 경기 여건을 함께 언급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점을 이해하지만 불가피하게 사업계획을 조정할 때는 주민들에게 이를 상세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LH 직원으로부터 '정치권의 과도한 정책사업 요구도 부채의 원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LH 직원들은 현장 전문가 아닌가"라며 "정치권에서 100을 요구하면 현실적으로 60, 70만 가능하다고 지적할 수 있는 자기중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질타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한 의원들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제시된 것은 '허리띠 졸라매기'다. 신장용 의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해 위기를 극복한 노루표페인트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며 "LH에는 성과급을 반납한 사장, 직원이 있었나"고 반문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국민주택기금 일부를 출자전환하거나 현재 30년으로 일원화돼 있는 국민임대주택 임대기간을 신축 적용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이노근 의원은 "임대주택의 용적률을 법에서 허용하는 최고한도 400%까지 끌어올려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재고자산을 매각하고 원가절감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재고자산은 용도를 변경하고 가격을 현실적으로 조정해 판매실적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가격 인하는 불가피하지만 더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지금 매각하는 것이 재무구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100원에 팔리지 않던 자산은 95원으로 낮춰 파는 것이 나중에 더 낮은 값으로 파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고 말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 리츠(부동산투자사업, REITs) 등 사업에 민간자본을 5~20% 참여시켜 자금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LH는 이를 통해 현재 20조원 규모인 사업비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요예측 등 사업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키는 방안도 확대·추진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손실이 예상되는 정책사업을 맡겼을 때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채를 줄일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최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