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신의 직장'..신규채용 늘리는 이유

거꾸로 가는 공공기관 `재무관리계획`..저질 일자리 양산?

입력 : 2013-10-29 오후 5:58:29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신규채용을 늘리고 있다. 워낙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라 한명이라도 더 고용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마냥 기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부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공기관들의 경우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자구노력이 절실하지만, 인력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재무건전성은 재무건전성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일자리는 일자리대로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전체 295개 공공기관의 2014년도 신규채용규모를 보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공공기관들이 신규채용할 인력은 295개 공공기관에서 총 1만6700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발표된 공공기관들의 올해 신규채용예정 인력 1만5372명보다 8.6%나 증가한 규모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매년 공공기관 채용박람회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신규채용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0년에 발표한 2011년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1만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1만4400명 2013년에는 1만5400명으로 늘었고, 올해 다시 1만6700명으로 불었다.
 
문제는 채용규모를 늘리고 있는 공공기관들이 심각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의 경우만 보더라도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은 부채관리가 시급한 복지와 SOC, 에너지관련 공기업에서 집중됐다.
 
공기업에서는 한국철도공사가 846명으로 신규채용인력이 가장 많고, 한국수력원자력이 824명, 한국전력공사가 734명, 한국가스공사가 220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622명),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483명), 국민연금공단(468명) 등 준정부기관에서도 상당한 수의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중장기 공공기관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기준 자본대비 부채비율이 244%에서 올해 445%, 내년에는 부채비율이 517%까지 치솟는 악성 부채공기업이다.
 
이밖에 한수원도 부채비율이 올해 138%, 내년 165%로 전망되며, 한전은 올해 148%, 내년 165%의 부채비율이 예상되는 공기업이다. 가스공사 역시 올해 388%, 내년 335%의 부채비율이 예상된다.
 
부채규모와 비율이 큰 SOC와 에너지공기업들은 과거에도 다른 공기업들보다 월등한 채용계획을 내놨다. 2011년 채용계획에서는 한수원(570명), 한전(231명), 가스공사(150명) 등 에너지공기업이 채용규모 상위를 차지했고, 2012년 계획에서는 토지주택공사(500명), 철도공사(412명) 등 SOC공기업이 상위에 기록됐다.
 
부채에 허덕이는 공공기관들이 신규채용을 늘리고 있는 이면에는 정부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인력 채용을 포함해 공공기관의 인사와 예산 등 경영지침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의 관리대상이다.
 
이번에 내년 대규모 신규채용계획을 발표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채용규모는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공약을 이행해야하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기재부가 지난 7월에 내 놓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에서는 공공기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중 신규채용해야 할 인력 규모를 무려 7만명으로 책정했다.
 
7월 기재부의 발표자료를 보면 임기 첫해를 제외하고 "공공기관에서 향후 4년간에만 7만명을 채용,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스펙초월 채용시스템 및 직무능력평가를 도입하는 등 채용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1만5372명, 내년 1만6700명을 채용하더라도 남은 2년간 신규채용 7만명을 달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퇴직 등 자연감소분을 고려하면 공공기관 신규채용으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을 이루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울러 정부의 목표와 그에 따른 공공기관들의 채용확대는 같은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 공공기관 재무관리계획과도 상충되는 문제를 드러낸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정부는 공공기관을 재무위험별로 구분해서 관리하고, 특히 부채비율 100% 이상인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비절감과 사업조정, 기능점검 등 재무관리를 집중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 400%에 육박하는 공공기관에서 신규채용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는 현실과 대비되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박람회'에서 "공공기관들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씀씀이를 줄여 채용여력을 만들었다"며 구직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만 나타냈다.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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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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