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연말 선진국 주식시장, 유동성 랠리 재연되나

입력 : 2013-10-30 오후 4:07:1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올 들어 이달 말까지 미국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누적자금이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유동성 랠리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으면서 유동성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해소되자 미국 등 선진국 증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승 탄력을 받은 미국과 유럽 증시가 앞으로도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증시는 너무 고평가됐으며 유럽 증시는 기업 실적이 악화돼 하락세로 전환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美 자금 순유입 2770달러..13년來 ‘최대’
 
29일(현지시간) 뮤추얼펀드 리서치사인 트림탭스의 조사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25일까지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순유입된 누적자금은 2770억달러로 집계됐다.
 
IT 버블 효과로 3240억달러의 누적자금을 기록한 지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월별로 보면 이달에 들어온 자금만 455억달러다. 올해 유입된 총 자금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 지난 1월에는 663억달러, 7월에는 553억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한 바 있으니 올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의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이같이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인 요인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유지 기대감이다.
 
지난 8월 순유출을 기록한 이후 9월 들어 갑자기 증가세로 전환한 이유도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폐쇄로 올 4분기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진 가운데 경제지표마저 잇따라 부진하게 나오자 연준이 섣불리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CNBC가 실시한 설문조사(CNBC Fed Survey)에 따르면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이 연준의 양적완화 자산매입 규모가 내년 4월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의 조사 결과보다 5개월 늦춰진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산매입과 저금리 기조를 축으로 한 미국의 경기부양이 내년 1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드 모글란더 스티플 니컬라스 분석가는 "유감스럽게도 내년 미국 경제는 올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 때문에 연준은 양적완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으로 자금이 봇물 쏟아지듯 몰리면서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일보다 9.84포인트(0.56%) 상승한 1771.75로 장을 마감하면서 하루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12.21포인트(0.31%) 오른 3952.34를 기록하며 13년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S&P 500 지수 5년간 추이 <자료=CNNMoney>
 
◇유럽 17주 연속 자금 순유입..선진국 증시 랠리 이어가 
 
미국과 함께 유럽에도 글로벌 자금이 빠른 속도로 유입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집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주식형 펀드 자금 순유입은 17주 연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약 830억 달러가 유럽 증시로 들어왔으며, 특히 지난주에는 역대 최대치인 50억달러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국가별로보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16주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이 흘러들어왔고 포르투갈에도 42주래 최대 자금이 순유입됐다. 
 
폴란드에도 지난 8월 첫째주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다. 러시아는 단 3시간만에 1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흡수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 재정 위기설이 쏙 들어가면서 떠났던 유로존 투자자들이 되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자금 유입 효과에 유럽 3대 증시는 이날 동반 상승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일보다 0.73% 올랐고 독일 DAX30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 또한 각각 0.48%, 0.62% 상승했다.
 
유로존 위기설이 한 풀 꺽이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호전된 것과 더불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연준이 양적완화 유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美·EU 증시 랠리 어디까지 갈까?..의견 분분
 
이처럼 미국·유럽 증시가 유동성 증가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가운데 연말까지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올해 안에 미국의 다우지수가 6% 정도 더 상승하고 내년에는 10% 이상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3일 앨런 그린스펀 연준 전 의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뉴욕증시는 2007년 수준과 비슷하다"며 "신고가를 경신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미국 증시가 고평가돼 있어 조만간 하락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알랭 보코브자 속젠 자산 배분 헤드는 "미국 증시가 과열됐다"며 "금융 정책이 더 명확하고 통화여건이 비교적 느슨한 유로존이나 일본 증시로 갈아탈 것을 주문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호전된 기업실적이 받쳐주는 가운데 미약한 경제 성장세가 이어져야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조건부 랠리 전망도 잇따랐다.
 
루스 코스테리치 블랙록 최고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호전된 실적을 발표한다면 주가는 앞으로도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증시에 대한 전망도 엇갈렸다.
 
우선 선진국으로의 자금유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럽 증시가 미국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서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론 베어링 B캐피탈 매니징 디렉터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이미 예상돼 증시가 크게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유럽 증시의 내재가치는 미국 증시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즈(FT)는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던 스페인이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는 등 희소식에 유럽 증시가 상승하고 있으나,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탓에 머지않아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주까지 스톡스(Stoxx)유럽600에 상장된 기업 중 83곳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 중 30%만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4개 분기 평균치인 52%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마틴 소렐 WWP 최고경영자(CEO)는 "스페인 경기침체 탈출로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했으나, 앞으로 유럽 증시가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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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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