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 감독 "유소년 축구를 통한 지역사회공헌이 내 목표"

프리미어리그 유소년 축구교실 연다

입력 : 2013-10-30 오후 1:49:55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 '프리미어스킬스'의 최진태 감독. (사진=임정혁 기자)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인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유소년 축구 교실이 문을 연다.
 
주한영국문화원(원장 마틴 프라이어)과 인천대학교(총장 최성을)는 지난 23일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한-영 간 축구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범사업으로 지역사회공헌 프로젝트인 '프리미어스킬즈(Premier Skills)' 유소년 축구교육을 3년 동안 공동 진행하기로 했다.

인천 프리미어스킬즈의 수장을 맡고 있는 최진태(53) 총감독은 "비영리적인 사회공헌 프로젝트"라며 "엘리트 선수 육성이 아닌 사회통합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유소년축구클럽과는 다르다는 게 최 감독의 설명이다.
 
다음은 최진태 감독과 인터뷰.
 
-프리미어스킬즈가 무엇인지 직접 말씀해 달라.
 
▲축구교육을 통한 지역사회의 총체적 발전이 큰 그림이다. 주한영국문화원과 인천대학교가 공동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과 소외계층 역량강화를 위해 힘쓸 계획이다. 인천대학교가 국립대로 승격되면서 함께 진행하게 됐다.
 
-기존 유소년 축구클럽과 어떤 점이 다른가?
 
▲유소년축구는 크게 엘리트와 취미로 나뉜다. 프리미어스킬즈는 어린이들이 공부하며 축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엘리트 선수 육성이 목표가 아니다.
 
-영국문화원과 프리미어스킬즈는 어떤 관계인가?
 
▲프리미어스킬즈는 프리미어리그와 영국문화원이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영국문화원 도움으로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 100년 축구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사회가 축구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과정을 공부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쪽에 관심이 많았나?
 
▲과거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에서 감독을 맡았다. 계약이 끝나니 한국축구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길을 찾던 중 영국문화원과 연결이 됐고 '프리미어스킬즈' 지도자 코스를 거쳐 강사자격증을 취득했다. 쉽게 말하면 영국문화원하고 사회공헌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하게 된 입장이다.
 
-스페인 발렌시아에 유소년에서 뛰는 이강인(12)을 지도했다고 들었는데?
 
▲옛날에 '날아라 슛돌이'에서 유명했던 그 이강인 맞다. 지금도 서로 안부연락하며 지낸다. 해외진출 할 때 부모님께서 많은 고민을 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얼마 전에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유, 레알 등에서 데려갈 수도 있다고 기사가 나오더라.
 
-프리미어스킬즈 자격증에 대해 더 말해 달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전문 강사들이 해외각국에 파견돼 양국가의 축구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그들이 한국에 와 지도자들을 교육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2013년 초까지 총 3단계의 교육과정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 

-어떤 교육이 주로 이뤄지나?

▲주로 학습, 토론, 발표 등 사회공헌기여에 맞춰져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념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유소년 축구 지도자를 하다 보니 영국축구의 체계적인 교육매뉴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프리미어스킬즈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
 
▲정말 많았다. 100년 역사의 영국축구 노하우를 한국축구발전에 어떻게 접목할지가 고민이었다. 사실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하고 제휴가 돼야 한다고 본다.
 
-요즘은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연령별 유소년 축구프로그램을 작업 중이다. 지도자 모임도 만들어 서로 자료도 공유하고 있다. 주말 토요일은 아이들 방과 후 활동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평일에는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
 
-주변 유소년 지도자 분들과 정보 공유를 한다고 하셨다. 그분들의 어려움은 없는 편인가?
 
▲그분들 어려움 많다. 특히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축구가 좋아서 가르치고 싶어 하는 분들은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나마 나는 현역축구선수 출신이고 유소년 지도 경험이 있어 괜찮은 형편이다. 그런 분들은 축구인과 비축구인 사이의 갈등 때문에 한계에 많이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주한영국문화원의 프리미어스킬즈 지도자과정을 소개하고 싶다. 축구를 사랑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배움의 길을 제공해준다. 코칭기술도 배울 수 있고 지역에서 축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리미어스킬즈 교육을 받으며 무엇을 느꼈나?
 
▲한국과 영국 사이의 축구교류 사업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느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한국 K리그가 폭넓은 정보교류를 하는 것 말이다. 영국문화원에서도 이런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어떤 부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나?
 
▲영국은 축구관련 정보들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쪽에서 사회공헌활동이나 구단행사, 이벤트, 프로모션등 사례를 메뉴얼화 해놓고 있다. 그런 부분이 우리도 필요하다.

-직접 경험해 본 부분인가?

▲지난 8월 달에 영국문화원에서 영국 출장 가는 담당 매니저님께 도움을 얻어 영국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감동을 받았다. 이런 것들을 한국 축구기관이 참고한다면 우리나라 프로축구가 사회적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그럼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나?
 
▲결국 우리도 체계적인 시스템과 메뉴얼이 있어야 한다. 한국식 축구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국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축구 학습프로그램이 많더라.
 
-실내 축구프로그램이 한국에도 필요하단 것인가?

▲맞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환경을 생각해봤다. 날씨가 '덥다' '춥다' '비 온다' '눈 온다' 등 데이터를 뽑으니까 1년에 40~45일은 축구를 못하더라. 여기에 겨울철은 또 전부다 비수기다. 11~3월까지는 밖에서 축구하기 어렵다. 따져보니 우리나라는 1년 중 6~7개월을 밖에서 축구할 수 없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느낀 한국 유소년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메뉴얼과 지침서가 부족하다. 특히 어린이가 즐겁고 행복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우리는 유소년 축구를 평가할 때 대회 성적을 중시한다. 1등이나 2등을 해야 그 팀의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평가한다. 성적 중심이다. 협회나 기관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 있는 부모님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그럼 그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아이들이나 부모님의 행복지수를 높여야 한다. 그 지역의 학부모나 아이들이 얼마나 축구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가 축구가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는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형식적으로 유소년클럽을 운영해선 안 된다. 프로구단 유소년 시스템을 평가할 때도 성적이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하느냐를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영국은 이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인가?
 
▲영국 강사들 왔을 때 들으니 휠체어 탄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축구를 한다고 한다. 축구를 사회통합으로 활용하더라. 우리나라에도 이런 관심을 실현할 수 있는 단체나 기관이 필요하다.
 
-앞으로 인천대 프리미어스킬즈 강사진은 어떻게 꾸릴 생각인가?
 
▲고민 많다. 우선은 저희 코치 두 명이 현역축구선수 은퇴를 앞둔 입장이다. 여기저기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다니더라. 그래서 이런 얘기를 전했더니 흔쾌히 승낙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앞으로는 인천대 학생들 지원자와 자원봉사자 제도를 계획 중이다.
 
-강사진 꾸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정말 고민이다. 당장 월급을 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맨땅에 헤딩 한다는 기분이다. 관심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파트너십을 찾고 있다.
 
-축구선수로서 감독님의 이력은 어땠나?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다. 고3때 청소년대표 상비군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일찍 은퇴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2002년 월드컵 감동을 계기로 남은 인생을 축구에 쏟기로 했다. 유소년 지도자 최고의 멘토는 장외룡 감독(전 인천유나이티드)님이다.
 
◇최진태 감독 약력
 
강원도 강릉농공업고등학교 졸업(1980년)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유소년 감독(2006~2011년)
주한영국문화원 프리미어스킬즈 축구교육 강사(2013~현재)
  
스페인 산탄데르 축구 아카데미 교육수료(2006년)
인천국민생활체육 협의회 유소년 축구발전 공로상(2008년)
영국 프리미어스킬즈 커뮤니티 코치 교육과정 수료(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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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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