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민간 기업이 주도하던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보급에 공공기관이 본격 가세하고 있다. 아직 ESS 보급이 더딘 국내 전력산업 여건에서 앞으로 정부 주도형 전력계통 연구개발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ESS 보급사업 대상자로
한국전력(015760)과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충북대학병원,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명동정동극장 등을 선정하고 다음달 관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에관공 관계자는 "7개 사업자가 구축할 ESS는 총 2500㎾h 규모로 총 3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라며 "공공기관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ESS 제조·개발사, 에너지절약전문기업 등 분야별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이루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전은 29일 국내 최대인 8000㎾h ESS를 구축하는 데 성공해 이 분야 연구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8000㎾h급 리튬이온배터리 ESS를 제주도 조천변전소에 구축했다"며 "전력계통 관련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8000㎾h급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외부 전경(좌)과 리튬이온배터리 내부 모습(우)(사진제공=한국전력)
한전 조천변전소 ESS는 에관공이 추진한 7개 사업자의 ESS 구축사업 규모의 3배 수준으로 최대 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 에너지기술연구원과 지역난방공사 역시 올해 말까지 본사 사옥에 가각 500㎾h ESS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ESS는 심야시간 등에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모았다가 전력수요가 큰 주간 피크시간에 사용하는 개념으로, 전력부하를 줄이는 장점이 있는데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전력을 관리하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이기도 하다.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념도(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최근 원자력발전소 고장과 전력위기 등을 겪으며 정부도 ESS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발전설비를 갑자기 늘리기 어려우므로 전력을 한 번 쓰고 버리기보다 가능한 아끼는 전력절감 시스템이 전력난 극복의 대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에관공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전력정책은 공급에 집중돼 수요관리나 절감 등에는 기술개발이 소홀했다"며 "공공기관별로 ESS를 구축하고 다양한 부하패턴과 상황별로 데이터를 수집하면 ESS의 정확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ESS 등 전력계통 연구개발이 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 주도형 연구개발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관계자는 "미국 등은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하는 등 다양한 적용모델이 나오고 있다"며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ESS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ESS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개발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