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자녀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해법은 아닙니다."
윌렘 아데마(Willem Adem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정책국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1일 서울 은평구 보사연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동아시아 주요국의 가족 정책 비교 국제회의'에서 "자녀 양육 수당을 증가시키면 출산율이 약간 증가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데마 이코노미스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등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는 노동 환경과 함께, 학원에 밤늦게 머무는 아이들이 집에 일찍 들어오도록 하는 등 사회적 환경에 대한 포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가족 정책으로 현금 지급 또는 세제 혜택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점은 그 수단이 달성하려는 목표"라며 "국가가 가정에 자녀 양육비를 현금으로 지원해주면 학원 관계자들은 학원비를 올리려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가족 서비스 관련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로 올라서는 단계"라며 "선진국들은 가족 수당 지급에 국내총생산(GDP)의 3~5%를 투입하고, 이 중 60%가량을 가족 서비스 등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럽 국가의 경제 위기에 따른 가족 정책 변화'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그는 "금융 위기 이후 많은 국가에서 GDP 대비 가족 수당의 비중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분모에 해당하는 GDP가 하락했고 일자리를 잃은 남성 노동자가 늘어나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자격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위기에 따른 긴축 정책 기조에서 가족 정책은 적은 예산으로 동일한 성과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각국은 정책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가별로 정치적 이해 관계 등 국가적 특성에 따라 정책적 대응이 크게 달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를 겪으면서 가족수당을 삭감했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탓에 저출산 문제 수준이 한국과 유사한 독일은 정책의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예산이 결정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정부 예산을 축소할 때 GDP의 3~4%에 달하는 가족수당을 가장 먼저 줄이고 있으나, 여전히 공공 양육시설을 확충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윌렘 아데마 OECD 사회정책국 시니어 이코노미스트가 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서울 은평구 보사연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동아시아 주요욱의 가족 정책 비교 국제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의 경제 위기에 따른 가족 정책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