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실태조사 때도 서울시 공무원을 본 적 없습니다. 그 때도 갈등을 못 풀었는데 토론회 몇 번 더 한다고 풀리겠습니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거주하는 오모(58)씨의 말이다. 그는 원당뉴타운 반대 1인 시위뿐만 아니라 지난 5월 21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뉴타운·재개발 반대 집회까지 참여할 정도로 뉴타운 사업에 관심이 많다.
그는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뉴타운·재개발 후속대책에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시는 '실태조사가 한고비를 넘긴만큼 이제 현장으로 나가겠다'고 공언했지만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30일 발표한 후속대책에서 구역 성격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하돼 전 과정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해제된 곳은 대안사업을, 추진되고 있는 곳은 동력을 갖도록, 관망상태에 있는 곳은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공공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서울시)
◇"뉴타운 찬성·반대 주민, 한 자리에 앉으려고도 안 해"
그 중에서도 서울시가 특히 강조하는 부문은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곳'이다.
이 실장은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은 한 자리에 앉으려고도 안 해서 실태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만큼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시가 제시한 것이 바로 '정비사업 닥터', '상생토론회' 등이다.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구역 중 복합적인 갈등이 있는 곳에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정비사업 닥터'를 파견하고 3년 이상 지연된 구역은 조합, 시공사, 정비업체 등 이해관계자와 '상생토론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실태조사 대상구역 571곳 중 사업이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곳은 180곳이며 5년 이상 지연구역도 32곳이나 된다.
시 재생지원과에 따르면 정비사업닥터는 정비사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대학교수, 퇴직공무원 들로 구성된다. 구역별로 1~2명이 전담 배치돼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관리하게 된다. 파견 대상 지역은 구청과 협의해 결정한다.
◇"정비사업 닥터 구역별로 1~2명 전담, 전문가 집단과 공조"
하지만 어떤 전문가를 어떻게 파견할 것인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생토론회의 경우 형식적인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남 뉴타운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씨는 "반대 주민은 결사 반대고 찬성하는 주민은 무조건 이 사업이 가야 한다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생지원과 관계자는 "정비사업 닥터는 건축, 금융, 계약, 회계, 갈등관리 등 분야별 전문가 풀(pool)과 공조하게 돼 더욱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생토론회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파악한다는 취지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감자'인 매몰비용에 대한 대책도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시는 추진위 단계에서 사업이 해제됐을 경우 심의를 통해 매몰비의 최대 70%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고 올해 예산을 39억원 편성했다. 올해 10곳이 해제될 것으로 보고 한 구역당 3~4억원 지원을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사진=뉴스토마토DB)
◇'뜨거운 감자' 매몰비용, 해결책 없나
하지만 아직 추진실적은 없다. 이건기 실장은 "현재 3곳이 신청한 상태로 연말까지 지원규모를 확정할 것"이라며 "아직 지원실적이 없는 만큼 내년 예산도 올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합의 매몰비용에 대해서는 기존 시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실장은 "매몰비용은 공공의 책임도 있는 만큼 주민, 시공사, 공공이 3분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지 않았다"며 "대신 시공사가 매몰비용을 손실처리할 때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출했고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