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해진 세상, 노인들은 불편하다

기차표 인터넷 예매율 52%..주말엔 입석만 남아
멤버십·금리혜택도 인터넷만 가능
IT소외계층 발생..'스마트 인증제' 도입 시급

입력 : 2013-11-01 오후 1:59:59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A씨(65세)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춘천행 itx열차를 타러왔다. 금요일 저녁시간이라 붐빌 것을 예상해 열차 출발시간보다 50분이나 일찍 나왔지만 예매를 하려 할 때는 이미 늦었다. 좌석이 모두 매진돼 입석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것. '사람들이 벌써 와서 다 예매를 했나?'하고 갸우뚱한 마음에 역무원에게 물었더니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미리 예매를 한단다. A씨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속하는 것도 어려운데, 차표 결제까지 어떻게 해아하나 눈앞이 깜깜하다.
 
세상은 편리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불편해진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인터넷,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다.
 
◇다리·허리 아픈 기차 여행
 
기차표 예매가 스마트폰으로 가능해지면서 출발 몇 시간전에도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일이 허다해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인터넷 예매율이 51.7%에 달했다. 금요일, 토요일 같은 주말엔 출발 몇 시간 전에 이미 주요 기차표 예매가 끝나버린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결제를 할 수 없는 노인들은 몇 시간 일찍 기차역에 도착해도 입석표밖에 구할 수 없다.
 
양영희(59세)씨는 "어디 오갈 때마다 힘들어 죽겠다"며 "모든 사람들이 다 인터넷 예매, 스마트폰 예매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일정량은 개찰구에서 살 수 있게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맞춤형 우대 예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해 전화로 상담원이 미리 예약을 잡는 서비스를 진행 중 "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할줄몰라 혜택 못받아
 
이동통신사들은 VIP멤버십 가입자들에게 두 달에 1~2번 꼴로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단,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를 해야만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사용금액의 일정부분을 적립해주는 CJ 올리브영 멤버십 카드도 매장 발급 후 인터넷에서 등록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자료출처=LG유플러스, 신한은행 홈페이지>
 
적금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면 0.1~0.2%포인트 금리 혜택을 주거나 댓글수와 게임 참여도에 따라 적금 금리를 최대 0.85%포인트 더 올려준다. 하지만 이런 금리 혜택도 보통 젊은층에 치중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대 모바일뱅킹 이용자의 비율은 59%인 반면, 60대 이상 이용자는 21.9%로 3분의 1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IT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안병익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는 "이용하기 쉬워야 노인들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가입 등의 절차가 노인들에게 너무 어렵게 돼있다"며 "스마트 인증제 같은 것을 도입해서 등록된 IT기기에 한해서 복잡한 과정 없이 한번에 예매 등의 결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같은 경우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런 IT기기를 활용하게 해주는데 반해 국내에는 이러한 것들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았다 "며 "미래부 등 정부부처에서 이러한 제도를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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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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