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채무조정 `생색내기`..1000명중 고작 6명 혜택

금융당국, 캠코 통한 하우스푸어 지원 사업 축소 가능성
"탁상 행정 시인한 것" vs."수요있으면 계속 지원할 것"

입력 : 2013-10-31 오후 4:49:37
[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빚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올 상반기에 시작한 주택담보대출 채무자 지원 실적이 초라한 것으로 나타나 생색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1000명중 고작 6명만 채무조정 약정을 통해 하우스푸어의 상환부담이 줄어든 것. 이에따라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금융당국의 하우스푸어 지원 사업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3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부터 9월30일까지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은 45명이다. 총 7246건의 하우스푸어가 상담 접수를 신청했지만 실질적인 약정 체결까지 이어진 건 0.6% 수준에 불과하다.
 
채무조정은 캠코가 금융사로부터 연체된 채무자의 부실 주택담보대출 연체채권을 매입해 지원한다. 2년내 원금상환을 유예하거나, 30년내 장기분할해 상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실제로 체결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채권 매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캠코 관계자는 "주택이 담보로 있는만큼 은행에서 굳이 채권을 매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우리도 더 많은 하우스푸어의 채무조정을 지원해주고 싶지만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재원을 통해 채무조정을 지원할 여력이 큰 만큼 은행에서 캠코까지 부실채권이 넘어오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 초 정부의 4.1부동산 대책에 맞춰 하우스푸어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채무조정의 경우 기본적인 상환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상환부담이 과중한 가구를 대상으로 채무조정을 통해 정상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캠코의 연체채권 매입이 쉽지 않아지면서 연체기간이 길어져 대출 원리금 갚기가 어려워진 하우스푸어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줄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한편 채무조정과 함께 시작한 지분매각을 통한 지원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지분매각은 주택 소유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 후 사용료를 내고 거주하다가 10년 이내에 해당 주택을 재매입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같은 하우스푸어 지원 사업을 총 100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목표 규모의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해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실 채권매입과 관련해 시중은행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대책 마련도 필요한 실정이다.
 
금융위는 올 연말에 시범사업의 실적과 효과 등을 평가해 본 사업으로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요조사를 통해 가계부채의 1차 손실이 금융권에서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되고, 수요가 많지 않다면 규모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확대할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이 초라할 뿐 아니라 당국에서도 수요가 많지 않으면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현실감 떨어진 정책이란 사실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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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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