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은 한 국가라도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취하면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있는 만큼 보호무역주의를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WTO 회원국 대사들은 9일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의 주재로 제네바 사무국에서 무역정책검토(TPR) 특별회의를 열어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 조항를 포함해 최근 회원국들이 취한 보호무역조치들을 검토한 뒤,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주제네바 대표부 관계자가 전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특별회의에서 거론된 보호무역조치들에는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 조항과 함께, 러시아의 콤바인 기계 관세 인상 및 수출보조금 지급, 유럽연합(EU)의 낙농가에 대한 수출보조금 지급 및 중국산 나사와 볼트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에어버스에 대한 프랑스의 지원 추진,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인도의 관세 인상 움직임, 한국의 석유관세 환원 등이 포함됐다.
이성주 주제네바 대사는 발언을 통해 지난 해 11월 워싱턴 G20 금융정상회의 합의사항 중에 `최소한 1년간은 보호무역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스탠드 스틸'(현상유지) 선언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회원국들은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상호 조율된 집단적 노력이 없이는 우리 모두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면서 "현 위기 상황에서 WTO가 여전히 효과적이고 타당성을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 쿠바 등 일부 국가들이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기는 했지만 대다수 회원국들은 `보호주의 및 무역금융 동향에 관한 모니터링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하고, 3월 중순에 차기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회원국과 WTO 사무국은 앞으로 각국이 새로 취하는 조치들이 보호무역주의를 조장하는 것인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 그 정보들을 취합하기로 했다고 제네바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브라질을 포함한 일부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경기부양책과 기업구제 방안 등에 보호주의 색채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주 라미 총장에게 보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해서는 안된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WTO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2008년의 세계무역은 4.0% 줄어들었으며, 특히 11월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제네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