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햄록 "태양광 폴리실리콘 철수 아닌 축소"..철수 가능성 여전해

입력 : 2013-11-02 오후 2:46:18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폴리실리콘 세계 2위인 미국 햄록이 업황 불황에 못 이겨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축소했다고 최근 <뉴스토마토>에 공식입장을 전해왔다. 다만 중국 폴리실리콘 시장 철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여전히 햄록의 중국 시장 철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반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폴리실리콘의 양이 감소세를 보이는 등 물량에서 미세한 변화들도 포착되고 있다.
 
햄록은 지난 23일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단독)美 햄록, 태양광 폴리실리콘 손뗀다..업계 판도 재구성' 기사와 관련해 "사업 '철수'가 아닌 '축소'"라고 반론했다.
 
햄록은 "태양광 시장의 불황으로 햄록 반도체도 태양광 업계의 모든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생산량을 감소시켰지만 우리는 절대 '철수'하지 않았다"면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판매량은 햄록 반도체 2013년 총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이러한 양상은 2014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햄록은 "미국 실리콘 수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세 부과 결정은 우리 기대와는 달랐지만, 계속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 내외부에서 계속해서 반도체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는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중국 상무부의 반덤핑 예비판정 전후 생산량과 가동률, 중국시장 상황에 대한 입장 등 햄록의 해명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보를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이 이상의 자세한 추후 정보는 공유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거부했다.
 
◇반덤핑 예비판정 이후 미국산 폴리실리콘 수출량, 한국에 역전
 
햄록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철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중국 내부 소식통과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중국 상무부의 반덤핑 예비판정 전후를 기해 미국산 폴리실리콘 물량에 미세한 변화들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한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미국산 폴리실리콘 월간 수입량은 7월을 기점으로 한국산에 밀리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미국산 폴리실리콘의 누적 수입량은 1만2490톤으로, 한국에서 수입된 물량(9108톤)보다 3382톤 많았다.
 
그러나 7월부터 9월까지 누적 수입량은 한국과 미국이 각각 5829톤, 미국 4131톤으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 7월18일 한국과 미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직후 미국산 폴리실리콘의 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에서 지난해 수입한 폴리실리콘 물량이 미국(3만2375톤), 독일(2만748톤), 한국(1만9602톤)의 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산 폴리실리콘의 수입량 감소는 더욱 두드러진다.
 
◇반덤핑 피할 가공무역용 수출쏠림 심화.."판로 축소 의미"
 
미국산 폴리실리콘은 수입 구성에서도 경쟁 국가들과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중국 기업들이 수입한 폴리실리콘은 내수용으로 쓰이는 일반 무역용과 현지 셀·웨이퍼 업체들이 폴리실리콘을 가공해 해외로 수출하는 가공 무역용으로 나뉜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것은 일반 무역용으로, 미국 업체들은 현재 가공 무역용으로만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9월에 수입된 폴리실리콘 비중은 일반무역과 가공무역 비중이 각각 20.6%, 79.4%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한국과 독일 업체들의 가공무역 비중은 각각 72%, 71.5% 였다. 반면 미국산의 경우 99.2%로 거의 전량을 가공 무역용으로만 수입됐다.
 
주목할 점은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기 전인 올 상반기에는 일반 무역용 폴리실리콘 수입 비중이 약 40%에 달했다는 것. 이는 결국 미국 업체들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졌음을 의미한다.
 
◇독일과 한국 기업 경쟁 시 출혈 경쟁 감내하나
 
동시에 이는 미국 업체들이 일반 무역용으로 판매했을 경우 50%대의 부과 관세를 감내하고, 출혈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중국 스팟거래 시장에서는 미국산 고순도 폴리실리콘의 가격 경쟁이 상당 부분 약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현지시장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9월말 현재 독일 바커는 킬로그램당 22달러, 한국 OCI 18달러 중반대, 미국 REC(노르웨이 미국법인) 10달러대 초반에 폴리실리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햄록은 OCI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반덤핑 관세가 붙지 않은 가격으로, OCI가 2.4%라는 낮은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는 반면 햄록과 REC는 여기에서 각각 53%, 57%가 더 붙게 돼 사실상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듈 업체 가운데 세계 2위인 중국 JA솔라는 햄록으로부터 수입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현재 OCI와 햄록을 통해 폴리실리콘을 공급받고 있다.
 
최근 JA솔라를 탐방한 증권업계 연구원은 "반덤핑 관세 부과가 지속될 경우 햄록으로부터 폴리실리콘을 사서 쓰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중국 시장 내에서 햄록 물량을 줄이는 추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중국 현지 기업들은 미국 업체들이 반덤핑 관세를 피할 대안으로 가공무역용 폴리실리콘 수출에 집중하고 있는 점에 불만을 제기하며, 정부 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햄록, '가격인상 약속' 제안.."中, 자국기업 눈치보기로 성사 어려워" 
 
햄록은 반덤핑 관세로 중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힐 처지에 놓이자 중국 상무부에 '가격인상 약속'이라는 협상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 약속은 반덤핑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업체가 자발적으로 수출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제안이다.
 
앞서 태양광 패널 등을 놓고 무역분쟁을 펼쳤던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가격인상 약속을 통해 극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성공한 바 있어 햄록도 전략을 변경했다.
 
그러나 양측의 경우 철강과 주방용품, 네트워크장비, 와인 등 전방위적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가격인상을 합의했기 때문에 중국 상무부가 미국 업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법률 대리인은 "중국 상무부에서 가격인상 약속 제안을 받아들인 적이 극히 드물어 합의점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자국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정부로서도 자국 기업의 의견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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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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