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원화강세가 과거 절상기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5일 LG경제연구원은 '빨라진 원화강세 한국경제 위협한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화절상이 지속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과거 절상기에 비해 훨씬 클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원화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주요 통화중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됐다.
국제결제은행(BIS)가 추계한 국가별 명목실효환율 자료에 따르면 원화는 3분기 중 절상 폭이 5.4%에 달했다. 원화의 절상폭은 BIS가 명목실효환율을 추계하는 61개 통화 중 가장 큰 수준이다.
향후에도 원화절상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화 저평가 상태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있어 절상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당국의 환율 안정만으로는 원화절상 추세 자체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화절상이 가속되거나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됐다.
과거 원화절상은 3저 호황기나 2000년대 중반 등 세계경제 호황기에 나타나 빠른 교역에 힘입어 평균 15% 이상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현재 선진국의 적자축소 노력으로 세계교역이 빠르게 늘어나지 못해 수요확대 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성 등 재무상황 여건도 2000년대 들어 크게 악화돼 원화절상을 버틸 여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원화 10% 절상 시 수출은 평균 5% 감소된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와 주요 개도국 간의 수출상품 구성이 유사해지고 있는 가운데 개도국들의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가치는 절상되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세계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돼도 세계수요 확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처럼 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뚜렷한 제품경쟁력 우위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산업일수록 원화절상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급격한 원화절상에 따른 충격을 완충시키기 위해 단기적으로 미세조정 차원의 시장개입과 자본유입 억제 조치가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필요시 거시건전성 규제 차원에서 은행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은행 단기차입 부담금 부과 등 3종 세트의 강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내수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높이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화 절상 시 업종별 수출 감소율>
(자료=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