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100개 밀렸다고 큰소리 치더니..국회 서슬에 꼬리내린 부총리

입력 : 2013-11-05 오후 4:49:05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강성발언에 이어 경제활성화가 더딘 책임을 국회 입법지연 때문이라고 떠 넘기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정부의 국회로의 책임 떠넘기기를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5일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에 제출한 '시급히 처리해야할 법안 목록'에는 15개의 법안만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관광진흥법, 주택법 등 투자활성화 대책과관련한 법률 7개, 주택시장 정상화대책 관련법률 5개, 벤처·창업대책 관련법률 3개가 포함됐다.
 
(사진=기획재정부)
현 부총리(사진)는 당정협의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15개 법안은 기업의 투자촉진과 주택시장 정상화, 벤처·창업 활성화 등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읍소했다.
 
현 부총리는 특히 "국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야당에도 정책과 법안 설명을 강화하고, 대국민 홍보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무려 102개 법안들을 열거하며 "국회에서 이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언급한 것에 비하면 책임 추궁의 범위도 크게 축소되고, 국회를 향한 발언의 수위도 낮아졌다.
 
국감에서의 뭇매는 이러한 정부의 수위조절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법안 책임 떠넘기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고, 여당 의원들은 야당을 비롯해 의원들에 대한 입법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질타를 쏟아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서 입법처리를 빨리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던 102개 법안 중 57개는 시행시기가 내년 이후로 돼 있고, 나머지 45개 법안 중 상당수도 정부조직 구성 및 제도정비 사안이어서 하반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102개 법안 중 42개는 국회 회기상 물리적으로도 입법이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기획재정부가 만든 세법개정안 등 20개 법안은 9월 정기국회 이후에 국회에 제출됐고, 나머지 상당수 법안들도 6월 정기국회 이후에 국회에 제출됐다.
 
7~8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았고, 8.28 부동산 대책의 핵심사안인 취득세 인하관련법은 입법안이 국회에 아직 제출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예산안과 맞물려 중요하게 처리돼야 할 세법개정안들은 9월 30일에 국회에 제출됐다. 현오석 부총리가 "국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입법을 종용한 시점은 입법안이 제출된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10월18일이었다.
 
여야간에 이견이 없어서 일사천리로 입법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체가 물리적인 여건상 이뤄질 수 없는 법안들까지 끌어다 붙여서 경기부진의 책임을 국회에 떠 넘긴 셈이다.
 
당장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지적이 쏟아졌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야당과 정책 조정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국회를 겁박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현오석 부총리의 국회 질타는 정부의 무능에 눈감고 남 탓하는 무책임한 경제수장의 모습"이라며 "입법 프로세스에 무지한 것이 아니면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현 부총리는 지난달 18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것이다. 전망 상당부분은 국회 입법과 연계돼 있다"면서 "국회에서 법을 정말 해야 하는데 국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에서 무슨 생각을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고 말해 정치권의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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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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