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독일)=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현대차(005380)가 오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확대와 브랜드 강화를 추진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지난달 유럽공장과 판매법인 등을 방문해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08년부터 이어져 오던 마이너스 성장세가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는 판매를 늘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카드를 꺼냈다.
현대차는 유럽전용 라인업인 'i시리즈'에 적용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던 현지화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판매 확대까지 연결시켜 실리를 쥐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007년 말 선보인 i30를 통해 유럽 공략의 실마리를 찾은 바 있다. 개발단계부터 유럽시장을 겨냥한데다 지난 2008년 체코공장 완공과 함께 유럽연합(EU) 내 생산으로 공급도 안정화된 것이 효과를 본 것.
실제로 i30는 출시 첫해인 2007년 2만5000여대, 2008년 6만1000여대, 2009년 9만5000여대로 점점 판매량이 늘어났다.
기자가 방문한 현대차 뤼셀스하임 지점의 다비드 괴레스 딜러는 "i30가 독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 중 하나이고, 다자인이나 품질이 우수해 독일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i30 이후 경차 i10과 소형차 i20도 유럽시장에 투입돼 효과를 봤다. 지난해 6월엔 i시리즈의 누적 판매가 100만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기존 인도공장에서 터키공장으로 생산라인이 이전된 신형 i10도 지난 9월부터 양산에 돌입해 분위기 몰이에 나섰다.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i시리즈'.(사진=이한승기자)
현대차는 이와 함께 이미지 제고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그동안 국산 대형차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유럽 시장에 신형 제네시스로 도전장을 던진다. 이미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유명 대형 세단을 상대로 치열한 승부를 벌여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BMW, 벤츠, 아우디 등 독일 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려놓으면 자연히 점유율 상승과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제품을 원하는 유럽인들의 감성에 부합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용적인 경차나 소형차를 많이 찾으면서도 내·외부에 색깔이나 독특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강조하는 유럽인들의 성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의 양승욱 연구소장(상무)은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는 유럽 고객들의 감성 수준에 맞춰 디자인하고 있으며, 유럽 고객의 기대치에 맞도록 성능 및 품질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유럽 시장 내에서 8%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차지함으로써 현재 업계 4위인 포드나 GM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사진=이한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