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PC선 최강자로 우뚝

40억달러 수주 중 75%가 PC선

입력 : 2013-11-06 오후 3:39:0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중형선박 세계 1위 현대미포조선(010620)이 PC선 수주에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발 셰일가스 개발 열풍으로 밀려드는 PC선 주문 통에 올해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했고, 수주잔고도 2년치 이상 확보했다.
 
PC선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으로 주로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운반하는 선박을 말한다.
 
현대미포조선은 4일 기준 올 1월부터 현재까지 선박 120척, 40억4000만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인 32억달러를 126% 달성했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5만2000톤급 석유제품 운반선박.(사진=현대미포조선)

효자는 단연 PC선이었다. 올해 수주한 물량 중 75%를 PC선이 차지했다. 여기에 연말까지 옵션과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한 물량도 다수 남아있는 상태다. 대부분 수주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전 세계 PC선 수주량에 맞먹는 물량을 수주하게 된다.
 
PC선의 경우 다른 선종에 비해 여러 척을 한 번에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마진이 높은 편이다. 주력선종인 37-52K급 PC선의 경우 한 번의 설계로 배를 여러 척 제작하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수주량이 급증하면서 향후 2년치에 달하는 수주잔고도 확보하게 됐다. 지난달 기준으로 210척 이상, 금액상으로 77~79억달러 가량으로 2011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수주잔고에서 PC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54.7%로 작년에 비해 26.4%포인트 상승했다.
 
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0K급 최저가 수주액(3090만달러) 대비 최근 수주금액은 20%가량 상승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3800~4000만달러까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C선은 선박공급으로 침체기에 있는 조선업계에 몇 안 되는 틈새시장으로 꼽힌다. PC선은 주로 중형 조선소들이 제작하고 있어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대형 조선소 시장에 비해 경쟁이 덜하다.
 
PC선 중 발주가 가장 많은 MR급(Medium Range·3~5만톤급)의 경우 기존 선박 수주에 참여했던 일본 조선소들은 노령화됐고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중국 조선소들은 건조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편이다.
 
또 최근 중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을 통해 MR급 PC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들이 정리되기도 했다.
 
여기에 현대미포조선의 연비 절감 설계기술이 더해지면서 주문량이 급증했다. 선박연료로 사용되는 벙커C유의 지난해 평균가격은 664달러로 10년 전보다 약 4.5배가량 올랐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연비가 높은 고연비 선박에 대한 발주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연료를 운항속도와 환경에 따라 제어할 수 있는 전자제어식 고효율 엔진과 파도의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선형설계 등 최신 연비 절감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의 정유 운반 전문선사인 스콜피오탱커스가 현대미포조선이 독자 개발해 건조한 5만톤급 PC선이 기존 선박에 비해 30%의 연비개선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수주량이 급증한 것에 비해 실적은 악화됐다. 조선업 불황기에 저가로 수주했던 물량에 대한 실적이 반영되면서 적자가 지속됐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한 953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972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분기 -6.4% 대비 3.8%포인트 하락한 -10.2%로 집계됐다.
 
하지만 4분기에도 수주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옵션 물량 등 10억달러 이상의 추가 수주가 가능할 전망이어서 올해 수주금액은 최대 50억달러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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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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