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프로그램의 중간광고를 허용키로 한 데 대해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숙원이었던 중간광고가 허용되면서 그 동안 도입을 요구해온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중간광고가 실시될지 관심이 쏠린다. 또 방송시장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지상파가 중간광고까지 점유하게 되면서 광고시장 전체에서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배경과 업계의 우려에 대해 2회에 걸쳐 정리한다[편집자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중 예능에 한해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감사에서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미디어랩 체제가 되면서 방송광고 경쟁이 심화됐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광고 시장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8일에도 "연말까지 광고 제도 자체를 좀 바꿔볼까 한다"며 "규제 완화를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MBC 사장단이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며 방통위에 건의문을 제출한 직후 나온 것이라 "결국 이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사진=조아름기자)
방통위가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키로 한 것은 '지상파 위기론'의 대두가 배경으로 보인다. 광고 시장의 둔화가 이어지면서 지상파 방송들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제일기획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지상파TV의 광고비는 1조930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 줄었다. 이는 국내 인터넷 광고비 1조954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상파 광고가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27.9%에서 지난해 22%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케이블TV의 점유율은 2008년 11%에서 지난해 13.6%으로 올랐으며 인터넷은 15.3%에서 20.1%로 고속성장했다.
지상파들은 유료방송매체와 같은 수준으로 광고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주장해왔다. 해외 사례를 봐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미국은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중간광고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은 국영방송 BBC를 제외하고는 중간광고를 할 수 있다. 그외 유럽 주요국과 일본도 공영은 금지, 민영은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의 매체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중간광고까지 도입된다면 일반 PP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것이라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광고 시장의 둔화로 모든 매체의 광고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의 어려움만 강조하는 것은 분명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중간광고가 도입된다면 광고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물량을 서로 뺏고 뺏기는 형상이 될 것"이라며 "전체 방송시장에서 지상파의 영향력이 막강해 광고주들이 몰릴 것은 뻔한데, 이렇게 되면 중소 PP들은 고사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상파 계열 PP의 광고 수익까지 합치면 전체 광고시장의 60~70%를 점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지상파의 '앓는 소리'에 정부가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결국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시청자가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움직임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는 "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의 자율성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 그리고 시청자 주권을 가장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 바로 중간광고"라며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지상파방송의 책무"라고 꼬집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도 "공영방송의 특성을 망가뜨릴 수 있다"며 "지상파의 공공 서비스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연말까지 세부 계획을 담은 광고 규제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중간광고를 포함한 모든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상파 뿐 아니라 전체 규제 방향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