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료방송업계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 광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에서 지상파의 중간광고마저 허용된다면 유료방송매체들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방송전문가들 역시 방송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케이블 SO와 PP등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광고 시장에서 지상파가 영향력을 더 확대하면 중소 PP들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지상파에 광고를 넣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미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지상파가 광고를 싹쓸이하면 중소채널들은 다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료방송은 현재 방송 프로그램 중간에 대략 1분 동안 15초짜리 광고 4개를 넣는다. 광고 단가는 15초에 최대 100만원 전후다. 반면 지상파 황금시간대(오후 9~11시)의 15초 광고단가는 보통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지상파 중간광고는 2000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의도 MBC 사옥 전경 (사진=조아름기자)
또 지상파들이 광고 뿐 아니라 콘텐츠 판매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중간광고 허용의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상파 방송 매출은 지난 2012년 기준 3조9572억원으로 1년 만에 약 1조원이 증가했다. 드라마 등 프로그램을 PP에게 재판매하거나 케이블 TV, IPTV 사업자들에게 주문형비디오(VOD) 판매 수익을 받는 등 부가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상 방송사들은 최근 N스크린 서비스 pooq(푹)을 출시하고 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수익 창출도 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들은 유료서비스와 무료·보편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그때그때 시점에 맞춰 정부에는 지원을 달라하면서 뒤에서는 유료 서비스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지상파 DMB가 N스크린 서비스 때문에 어렵다고 지원을 해달라고 하면서 유료플랫폼인 pooq을 내놓는 식"이라며 "공영, 민영 구분없이 중간광고를 도입하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방송 전문가들은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는 지상파가 시청자 동의 없이 중간광고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청권 보호를 위한 대책 없이 무리하게 중간광고를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지상파에 대한 광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지상파가 가지고 있는 공공서비스 특성을 망가뜨려 매체균형발전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상파는 사회적으로 비싼 혜탁과 의무를 지는 공적 서비스이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업자와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며 "지상파가 받고 있는 혜택과 의무를 바탕으로 멀티플랫폼 통해 공공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준희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지상파의 위기는 지상파가 자체적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도 있다"며 "중간 광고를 허용한다면 공적인 기능이 약화될 수도 있는 만큼 당장의 이익을 위해 공공성을 지닌 위상을 방기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