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참다못한 제약사 CEO들이 나섰다.
제약업계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정부가 재시행하려는 ‘시장형 실거래 제도’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시장형실거래제 재시행을 놓고 정부와 제약업계가 극한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7일 제약사 CEO들을 상대로 ‘시장형 실거래제’ 폐지 촉구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협회는 이번 주까지 제약사 CEO 1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내주 중으로 복지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현재 60여명의 CEO들이 서명한 상태다.
◇김원배 동아ST 대표이사(왼쪽 두 번째)가 지난 6일 제약협회에서 열린 시장형 실거래 토론회에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사진=제약협회)
제약사 CEO들은 2년 전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실시와 관련해서도 반대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다. 앞서 지난 2006년에는 의약품선별등재제도 시행 때도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때문에 정부가 규제정책을 펼 때마다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따가운 여론도 더해졌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장형 실거래 제도는 칼자루를 쥔 ‘슈퍼갑’에 권총 한 자루 더 얹어주는 제도”라며 “제약사 CEO들의 반대 의견을 담은 서명을 내주 중으로 복지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약협회는 그러면서 시장형 실거래제 폐지에 자신하고 있다.
협회는 시장형 실거래제 도입 목적은 약가인하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충당이었는데, 오히려 건강보험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가인하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절감액보다 의료기관에 준 인센티브가 더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시장형 실거래가 시행(2010년 10월~2012년 1월) 건강보험 손실 현황’에 따르면, 시행 1년6개월 동안 요양기관(병원)에 준 인센티브는 2339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약가인하에 따른 건보 재정 절감액은 1000억원에 불과했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대형병원만 배불린 잘못된 정책이라는 판단이다.
협회는 또 의약품 1원 낙찰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보험 약가보다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만연하고 있다고 협회 측은 주장하고 있다.
제약업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의료계 ‘갑’의 횡보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무, 골목상권 보호 등 현 약자 배려 철학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이 처방권, 구매력, 협상력을 갖고 의약품을 저가 구매할 경우 거부할 수 있는 제약사는 사실상 없다”면서 “시장형 실거래 제도는 ‘갑 중의 갑’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는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시장형 실거래제 재시행으로 인한 실익은 존재한다는 판단이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입찰 활성화를 통해 저가구매 및 공정경쟁에 기여할 뿐 아니라 실거래 가격 파악에도 효과가 있다”며 “국민 편익 측면에 보면 분명한 실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