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5·16 쿠데타 직후 반공법 및 데모규제법 등 '2대 악법' 제정 반대 시위를 하다가 영장 없이 체포된 피해자 유족이 52년만에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박평균)는 이모씨의 유족이 국가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불법 체포 등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형사보상금으로 이미 지급받은 1억7000여만원을 제한 3억9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을 정도로 군사상 필요가 없었고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구속기간은 최대 30일임에도 불구하고 203일간 구금돼 있었다"며 "수사관들이 이씨를 영장 없이 체포하고 30일을 초과해 구금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규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또 "특별법은 3년6개월을 소급적용해 형사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위헌적 요소가 있는데도, 혁명재판소 재판관들은 특별법의 위헌성 판단을 현저히 태만히 함으로써 헌법상 재판관들의 직무수행상 기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불법 체포·구금과 위법한 재판으로 이씨를 장기간 수감한데다가 유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 조차 기울이지 않은 채로 무려 50년이 경과하도록 방치했다"며 "이로 인해 이씨와 유족들이 평생을 사회적 냉대 속에 신분상, 경제상의 각종 불이익을 당해온데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5·16 쿠데타 이후 비상계엄이 전국에 확대된 1961년 3월경 '2대 악법 반대 대회'에 참가했던 이씨는 불법 체포된 뒤 203일간 구속상태에 있다가 이듬해 12월에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 받아 수감생활을 해온 이씨는 1963년 12월16일 석방됐다가 1996년 사망했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5·16 쿠테타 직후에 인권침해를 겪은 이씨 등의 사안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했으며, 이씨의 유족은 2010년 10월 서울지법에 이씨 사건의 재심을 청구해 2012년 2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에 이씨 유족은 "수사·재판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소송을 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