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밀리언 가전으로 등극한 제습기 시장을 준비하는 가전업체들이 저마다 상반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여름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업체들은 자체 생산과 증산을 고려하는가 하면 시장 선두권 주자들은 필수부품 생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응력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는 등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습기 시장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9년부터 연평균 140% 커질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가구당 보급률이 14% 인 점을 감안하면 제습기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같은 돌풍을 업고 제습기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김치냉장고에 이어 6번째로 연 100만대 이상 팔리는 '밀리언 가전'으로 등극했다. 이제 생활필수가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위치에 올랐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온라인 시장에서는
LG전자(066570)(44%)와
위닉스(044340)(27%)가 각각 점유율 1,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노비타와 신일산업, 위니아만도가 이었다. 지난해 역시 LG전자가 시장의 절반을 점하면서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에는 그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면서 그 분량을 위닉스와 중소업체들이 나눠 가졌다.
올해와 지난해 시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주자는 위닉스다. 위닉스는 이전부터
삼성전자(005930)와 웅진코웨이 등에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제습기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열교환기 등 핵심부품 제조력을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지난해와 올해 제습기 돌풍의 주역이 됐다.
◇위닉스가 올 여름에 내놓은 제습기 '뽀송' (사진제공=위닉스)
위닉스의 제습기 국내 매출은 2011년 120억원, 지난해에는 603억원을 기록했다. 무려 5배가 넘는 신장률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73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올 한 해 기준으로 제습기에서만 약 1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업체들은 저마다 위닉스 돌풍과 함께 제습기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눈치다. 한 번 커진 시장은 이변이 없는 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게 시장의 정설이다.
위니아만도는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올해 새롭게 대형냉장고 시장에 진출한 데다, 주력인 김치냉장고 등과의 생산 밸런스를 맞추느라 제습기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기존 판매 물량 대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청호나이스는 자체 생산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호나이스는 10월까지 약 3만3000대를 팔았지만 OEM으로 공급받는 바람에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 제습기는 일시불 판매가 대부분인지라 사후관리가 필요한 상품군을 주로 방문판매 채널로 판매하는 청호나이스로서는 고민되는 지점이다.
올해 제습기 시장의 선두권을 차지한 LG전자와 위닉스 등은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시장의 30~40%를 점유한 만큼 예년수준으로 가되, 추가생산에도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위닉스는 모든 제습기를 한국에서 만드는 만큼 기후변화와 소비자 수요에 기민하게 대처해 시장 대응력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제습기의 핵심엔진이라 할 수 있는 콤프레셔 자체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제습기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한 해였다"며 "손익과 타산성을 검토해 내년 전략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하늘(기후)이 돕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