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4대 중 3대가 독일차다. 이처럼 독일차가 수입차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는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수입차의 75%를 차지하던 독일차 점유율은 지난 5월 66%대까지 떨어지며 힘이 소진되는 듯 보였다.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지난달엔 74.8%로 다시 독일차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뿐만 아니다. 모델별 인기순위도 독일차가 휩쓸었다. 지난달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에 폭스바겐(4종), 메르세데스-벤츠(3종), BMW(2종), 아우디(1종) 등 1위부터 10위까지를 모두 독일차로 채웠다.
특히 폭스바겐의 질주가 거세다. 폭스바겐은 실용성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2000cc 미만의 디젤 차량인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과 '골프 2.0 TDI'는 지난달뿐만 아니라 올해 누적 베스트셀링카 탑 10에 랭크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MW나 메르세데스-벤츠가 중대형 세단을 중심으로 하는데 반해 폭스바겐은 중소형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며 "작으면서도 실용적인 차량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상 당분간 폭스바겐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3년 10월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반면 일본차는 독일차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며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 5월 19.3%로 20%에 육박하던 일본차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로 전환, 지난달에는 10%대로 반토막났다. 이와 함께 베스트셀링 모델 10위권을 독일차가 독식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이 같은 일본차의 부진에는 토요타의 약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매달 4% 이상을 마크하던 토요타는 지난 5월 일본차의 상승세와 함께 수입차 판매량 9.8%를 기록하며 활황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급하락하며 지난달엔 2.95%까지 떨어졌다. 일본차를 이끌던 토요타의 부진이 일본차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수입차 업계 중론이다.
다만 토요타의 이 같은 부진은 곧 끝날 것으로 전망됐다. 토요타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차량 계약은 잘 이뤄지고 있는데 물량 확보와 출고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1~2달 내에는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독일차의 경우 국내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다 차종도 많다"며 "이에 반해 일본차는 다른 수입차에 비해 신차 투입시기도 늦고 특별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인식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차는 하이브리드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장기적으로는 판매가 늘겠지만 아직은 시장이 작은 만큼 당장은 부진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특정국가나 브랜드로 치중돼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보이기보다 치열한 경쟁이 필요한 만큼 일본차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2013년 국가별 수입차 판매량과 점유율.(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