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농·소·상·정 반응 '제각각'

소비자는 '웃고', 농민은 '울고', 정부는 '고심'
김장채소 공급과잉..농산물값 작년보다 30% 이상 급락

입력 : 2013-11-11 오후 3:43:13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풍년이 되면 농산물 값이 크게 떨어져 오히려 농민들의 걱정이 깊어지는 '풍년의 역설(逆說)' 현상이 올해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태풍 피해가 적고 기상 여건이 좋아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 5대 김장채소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37년 만에 대풍(大豊)을 맞이 했기 때문이다.
 
대풍으로 김장철을 앞둔 소비자들은 싼 값에 김장채소를 구입할 수 있어 표정이 밝지만, 농민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산지가격 폭락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복잡한 농산물 유통 구조 탓에 유통업자들의 배는 갈수록 부피가 커져간다. 때문에 수급관리 및 가격안정을 위한 정부의 고심은 깊어져 가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김장용으로 사용되는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5095ha로 평년보다 6% 증가한 규모다. 생산량도 평년보다 12.5% 늘어난 164만4000톤으로 평년대비 18만2000톤이 공급과잉된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을배추는 재배면적이 늘고 정식 이후 생육 상황도 양호해 생산량이 크게 늘었고, 출하가 지연된 고랭지배추 물량도 많아 평년대비 최대 19만1000톤이 공급과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태풍 피해가 적고 기상 여건 등이 양호해 이례적으로 김장채소 대부분이 평년보다 생산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장채소인 가을무도 작황이 좋아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되고, 김장양념인 고추와 마늘 역시 작황 호조로 생산량이 각각 평년대비 5%,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2009년 이후 4년 만에 태풍이 없고 기상 여건이 양호해 37년 만에 찾아온 김장채소 대풍 탓에 산지가격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주요 품목 가격동향은 배추(10kg/상)가 가락시장 도매가격 기준으로 작년 6189원에서 3893원으로 37.1% 떨어졌다.
 
무(18kg/상)는 작년 1만6566원에서 8668원으로 47.7% 급락했다. 마늘(난지형1kg/상)도 4300원에서 2200원으로 48.8% 폭락했다. 이외에 대파(-47.7%), 청양고추(-39.7%), 당근(-38.5%) 양파(-24.6%) 등도 작년에 비해 가격이 하락했다.
 
김장채소 가격 하락에 김장을 앞둔 소비자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서울시 종로구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씨(48)는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비용 걱정이 많았는데 올해는 배추값이 싸다고 해 안심이다"면서 "보통 김장철에는 배추 등 가격이 비싸 30포기 내외로 김장을 담궜는데 올해는 그 이상 담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장채소의 멈출 줄 모르는 산지가격 하락에 농민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짙다. 전남 순천시 상사면 용암리에서 마늘과 파 농사를 짓는 농민 김모씨(61)는 "올해 농사가 이렇게 잘 됐는데도 시세가 없어 농민들이 전부 밭을 갈아 엎어야 할 형편"이라며 "수지가 안 맞아 수확을 포기한 밭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에 복잡한 농산물 유통 구조 탓에 유통업자들은 중간에서 나름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유통업자들이 복잡한 유통 구조를 이유로 도·소매 가격차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풍년을 예상하고 농산물 구입을 미룬 후 싼 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도 이윤을 얻고 있는 것.
 
정부는 김장채소 수급관리와 가격안정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김장채소 공급과잉에 지난달 가을배추 3만톤을 자체폐기하고 8만7000톤을 시장격리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 이번달부터 김장채소류 수급관리 및 가격 모니터링을 위해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일에는 가을배추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농(농업인)·소(소비자)·상(유통인)·정(정부대표)' 간 유통협약을 체결해 저급품 시장출하를 자제하고 자체격리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격리 이후에도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5만톤의 추가적인 시장격리를 통해 가격안정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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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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