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샌디를 넘어서며 경제 성장 역시 정체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 '하이옌'으로 쑥대밭이 된 필리핀 (사진=로이터통신)
1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자연재해 피해 분석업체인 키네틱 애널리시스는 하이옌으로 인한 필리핀의 경제적 손실 규모가 120억~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필리핀 연간 경제규모의 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뉴욕, 뉴저지 등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 안팍의 손실을 냈다.
찰스 왓슨 키네틱 애널리시스 조사담당자는 "120억달러가 미국에게는 그다지 큰 손실이 아니지만 필리핀에는 재앙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이옌이 500억달러의 손실을 낸 샌디보다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밀리지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샌디를 월등히 추월한다는 설명이다.
미국같은 선진국의 경우 보험을 비롯해 자연재해에 대한 완충 장치가 충분하지만 필리핀같은 개발도상국은 비용 부담부터 힘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샌디 피해 이후 재건을 위한 인프라와 주택 건설 수요가 증가해 경기 부양 효과를 맛봤다. 샌디 피해자의 절반 가량이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필리핀의 경우 피해 보상 조차 막막해 재건 수요를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사에 따르면 하이옌의 보험 보상 비율은 10~1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버트 뮈어우드 리스크매니지먼트솔루션 조사담당자는 "부유한 국가의 경우 자연재해를 대비한 보험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는 재해 복구를 위한 경제 활동을 뒷받침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의 경제성장률 역시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티그룹은 필리핀의 올해 GDP 증가율이 당초 전망치인 7.3~7.5%보다 0.5%포인트 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고 세사 푸리시마 필리핀 재무장관은 경제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깎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벤 파라큘리스 노무라홀딩스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 영향일지라도 하이옌은 분명 올해 필리핀 경제의 하방 요인"이라며 "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하이옌의 피해가 예상보다 커지자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재해 복구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이라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부터 식량, 식수, 의약품 등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재해 복구를 위해 187억페소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새로운 태풍이 곧 필리핀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제30호 태풍 하이옌은 지난 8일 필리핀 중심부를 강타했다. 강력한 돌풍을 동반한 하이옌은 나무를 뿌리째 뽑고 수천채의 건물을 무너뜨리는 등 일대를 초토화 시켰다.
필리핀 당국은 하이옌으로 1만여명의 사망자와 97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구조대가 재난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