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人추모는 뒷전)살아서는 집걱정, 죽어서는 묘걱정

[기획]장례문화, 이대로 좋은가 <1부>상술로 얼룩진 빈소
③망자의 자리값 너무 비싸다
매장묘자리 수천만원..화장시설은 턱없이 부족

입력 : 2013-11-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B씨는 갑작스럽게 당한 아버지 운명 때문에 큰 슬픔에 빠졌다. 슬픔도 잠깐. 장례식장은 어렵지 않게 정했는데 시신을 어떻게 모셔야 할 지 고민스럽다. 부친이 별다른 유언을 남기시지 않은터라 화장을 해야할지 묘자리를 알아봐야 할 지 판단이 안선다. 부친에 대한 예를 생각하면 묘를 해드리는게 맞는 것 같지만 마땅히 봐둔 묫자리도 없고, 매번 고향까지 묘관리 할 자신도 없어서 걱정이다.
 
#C씨는 부친의 유언에 따라 화장(火葬)을 해드리기로 결심했다. 화장을 해드리는 만큼 묘에 모시는 것보다 더 극진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하려다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납골묘에 석상에, 업체 측에서 권하는게 이것저것 많다. 고인에 대한 비용을 아끼는 것도 보기 좋지 않은 듯해서 그냥 업체 측 말대로 하기로 했다.
 
◇묘자리값만 수천만원
 
우리나라의 분묘는 2100만기가 넘는다. 전통적으로 매장 풍습이 강해 분묘 면적만 998㎢로 전 국토의 1%, 서울시 면적에 1.6배에 달한다. 
 
개인적 부담도 상당하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선산이 있지 않은 경우 매장묘를 하는것은 만만찮은 일이다. 매장묘를 구하려면 3~10평 기준 대략 4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까지 든다.
 
묘지로 인한 경제·공익적 가치 손실만 연간 1조4635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매장률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1년 '시한부 매장제까지 도입한 상태.시한부 매장제는 합법적인 묘지에 15년동안 안장할 수 있도록 한다.
 
연장을 통해 최대 60년까지 매장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화장을 해야한다.
 
◇장례비용 부담은 그대로
 
이 때문에 최근들어 화장률은 급격히 높아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률은 전국 평균 74%다.
 
부산은 88%로 가장 높았고 인천과 서울은 80%을 넘었다. 지난 2000년 전국 평균 33.7%, 2005년 52.6%, 2010년 67.5%로 매년 증가세다.
 
 
하지만 화장이 늘었다고 장례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단시간에 화장률 수요가 급증해 납골당 비용도 비싸져서다. 유족이 고인을 서서 볼 수 있는 자리만 해도 사설 봉안당에서는 600만원이 넘는다. 고급으로 하려고 마음먹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다.
 
최고급 석물, 다양한 컨셉의 디자인을 적용한 봉안묘는 3000만원을 호가한다.
 
이필도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사설에서는 수익사업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높은 분양가를 제시해 초기 투자비용을 한번에 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화장장·공설 봉안당은 턱없이 부족
 
이용료가 저렴한 공설 봉안당은 이미 포화상태다. 대구시 시립봉안당은 3만5000구를 안치할 수 있는데 남은 자리가 이제 5000구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국가유공자와 생활수급권자에게만 자리를 허용하고 있다.
 
화장장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경기 일부지역의 화장장은 거의 예약률이 100%다. 10년간 화장률은 2배가 넘개 늘어났지만 화장장 증가는 14%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설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화장장 건립을 반기지 않아서다. 
 
충북 영동군은 화장장 등 종합장사시설을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에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진천군도 주민들의 반대에 밀려 장례종합타운 조성계획을 포기했다.
 
대구시도 공설 봉안당 증축, 추가 건립을 오래전부터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이 교수는 "우선은 화장장, 봉안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며 "또 봉안당을 별도로 신설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공설묘지를 잘 활용해 봉안당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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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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