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경호대' 목격자 "통제사실 알면서 난코스 집단등반"

"입산 통제기간 20명 내려온 것 처음..적발시 매우 지쳐 보여"
"평균 40대 중반, 50대 후반도 있어..특수요원으로는 안 보여"

입력 : 2013-11-19 오후 3:37:13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이석기 경호대'의 산악훈련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일반 등산객과 차이가 없었지만 통제기간 난코스를 집단 등반하는 등 의문점이 많았다"는 목격자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목격자는 설악산 국립공원 소속 직원 유모씨로 지난 4월6일 오전 11시40분쯤 입산금지 지역에서 하산 중인 20여명의 남성 등반객을 적발해 8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들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조직원으로서 이 의원의 경호를 위해 산악훈련을 했다고 보고 있다.
 
19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 의원 등에 대한 오전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씨는 "당시 적발한 20여명이 특수기관 요원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배낭이나 스틱 이외의 특이한 물품을 휴대하고 있지도 않았고, (불법 등반이 적발됐을 때) 도망을 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40대 중반의 무리로 기억한다며 "가장 젊은 사람이 30대 초반이었고, 50대 후반의 등반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이들 중 8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적은 있지만 검찰의 주장대로 경호를 목적으로 산악훈련을 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다.
 
다만 유씨는 당시 입산통제구역에서 이들을 마주친 것이 특이점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우선 이들이 지나온 등산로는 설악산 장수대 휴게소에서 대승령 등 서북능선을 거쳐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12.6㎞에 이르는 거리다.
 
유씨에 따르면 성인남성을 기준으로 8~9시간의 등반시간이 소요되는, 설악산에서 매우 험한 코스중 하나로 꼽힌다.
 
유씨는 "이 코스는 설악산 코스 중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이고, 사고도 잦은 구역"이라며 "한계령에서 근무하면서 입산통제기간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내려온 것은 처음이라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입산이 통제된 것을 알면서도 몰래 진입을 해서 등산을 마쳤고, 전날(4월5일) 등반을 시작했다"며 "적발 당시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일반 산악회라면 당시 설악산이 입산통제기간이라는 점을 알았을 텐데, 단체를 이뤄 이 기간에 등반을 한 점이 특이했다고 말했다.
 
유씨에 따르면 설악산은 매년 3월~5월 산불예방을 위해 등산로 일부에 대한 일반 등산객 입산을 통제한다.
 
유씨는 "이들에게 어느 산악회라고 물었더니 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서로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점에 미뤄 일반 회사원쯤으로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이 의원의 오후 공판에는 철도공사와 석유공사 직원에 대한 증인 신문이 계속된다.
 
◇수원지법(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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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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