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일자리)③해외는 어떻나..산적한 난제

네덜란드·독일 '롤모델'..사회적 대타협의 산물
성과주의 집착할 경우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

입력 : 2013-11-22 오후 5:02:34
[뉴스토마토 최승환·임애신기자] 출발선은 다른데 마음은 급하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꺼내든 정부에 대한 비평이다.
  
단기간에 고용률을 높이기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최적이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에서 성장을 통한 자연스러운 일자리 창출로 고용률을 7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시간제 일자리의 비율을 높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행돼야 할 난제들이 있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극히 부정적인 데다 일자리에 대한 기본 인프라 또한 취약하다. 
 
임금·복지 등에서 전일제와 시간제 일자리가 동등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면 고용률 70% 달성이 요원하다는 것은 선진국 사례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어떻게 시간제 일자리 늘렸나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선진국의 경험과 시사점'에 따르면, 1980년 이후 5년 이내에 고용률을 5%포인트 이상 끌어올려 고용률 70%를 달성한 국가는 영국·미국·뉴질랜드 등 총 6개다.
 
오는 2017년까지 박근혜 대통령 임기 이내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우리 정부 입장으로서는 솔깃할 만한 내용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고용률은 64.2%다.
 
 
◇(자료=한국경영자총연합회)
 
특히 네덜란드가 주목된다. 경총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37.8%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 역사는 198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청년 실업률이 30%를 웃도는 등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었다. 이를 타계하고자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하며 노·사·정 대타협에 성공했다. 노·사·정 대타협은 심각한 계층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롤 모델로 제시되기도 했다.  
 
협약에 따라 노동자총연맹은 자율적 임금 동결을 통해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고, 사용자연맹은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8시간으로 단축했다. 더불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정부는 시간제 여성 근로자를 위해 육아시설을 확충하고 직업훈련 기회 확대 등 사회적 협의 촉진을 위한 촉매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바세나르 협약 이후 늘어난 시간제 일자리로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1999년 70%를 넘어섰다.
 
특히 네덜란드 시간제 일자리의 장점은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통계집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파트타임 종사자 중 9.1%만이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56.0%에 달하는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OECD 국가 평균(13.1%)과도 괴리가 있다. 
 
무엇보다 전일제와 시간제 임금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는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일제와 시간제의 임금 격차는 민간부문에서 7%, 공공부문은 거의 없다. 주 35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와 주 24~35시간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 사이에 임금 격차가 줄어들면서 시간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수 있었다. 
 
◇정규직 일자리도 함께 늘어난 독일
 
독일은 시간제 일자리와 정규직 일자리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고용률을 높인 대표적인 국가다.
 
지난 2004년 고용률 64.3%의 최저점에서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2008년 70%를 달성했고, 지난해 말에는 72.8%로 개선폭이 확대됐다.
 
◇유럽국가의 고용률 추이.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유로스타트)
 
특히 독일은 고용 개혁 초기인 지난 2004부터 2006년에는 시간제 신규고용을 확대한 반면 2007년 이후부터는 전일제 신규고용이 전체 고용률을 높였다.
 
지난해 독일의 일자리수는 최저점인 2004년 대비  422만개가 늘었다. 이중 시간제 일자리가 57%를 차지한다.
 
특히 전문가와 판매종사자 직종, 부동산 서비스업, 건강 및 사회사업 등의 업종에서 신규 고용이 급증했다. 전문가, 기술·준전문가 직종은 전체 신규 일자리 증가의 69%를 차지했다. 고용형태별로는 전일제가 199만명, 시간제가 94만명 늘었다.
 
또 비자발적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감소하고 근로자 선택에 의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제고됐다. 
 
고용개혁으로 비자발적 시간제 취업자 비중은 2001년 12.7%에서 2005년 21.4%로 높아졌지만, 최근에는 시간제 일자리의 꾸준한 증가에도 비자발적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보해야..인식 제고도 함께 이뤄져야
 
앞선 경우처럼 유럽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도 도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근로환경과 인식의 제고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동시에 우리만의 모델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간제 일자리가 현재처럼 임금차별과 비정규직 형태로 고착화되지 않아야 한다. 정부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시간 선택제 일자리', '반듯한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 등으로 명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주어진 여건도 녹록치 않다.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찾아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 정규직에 비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정규직 대비 시간제 일자리의 시간당 임금은 2006년 62.3%에서 2012년 50.7%로 급락했고, 공적연금과 보험 등의 근로조건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정부에서 내세운 시간제 일자리의 경우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4대보험과 상여금 등도 함께 지원될 예정이다. 또 민간 기업들의 동참을 위해 인프라 구축과 제도개선 뿐 아니라 인건비·사회보험료·세액공제 등을 지원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정부에서 촉진을 위한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했지만 장기적 관점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곧 단임제의 한계로, 성과주의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충고와 연결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간제 일자리의 실상과 대응방안'을 통해 "5년안에 93만개에 달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무리하면, 의도와 달리 '질 나쁜' 시간제 일자리만 대거 양산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차근차근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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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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