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효성이 창동역사사업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며 코레일(옛 철도청·한국철도공사)과 창동역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사업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업비를 지급할 능력이 없는 창동역사에 대해서만 승소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강인철)는 효성이 코레일과 창동역사를 상대로 낸 대금청구소송에서 "창동역사㈜는 효성에게 총 310억여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310억원에는 미지급 공사대금 224억여원과 창동역사㈜가 효성캐피탈에 빌린 돈을 효성이 대신 갚아준 58억4000만원, 대여금 7억5000만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코레일은 창동역사㈜를 관리·감독하는 사용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코레일을 상대로 한 효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창동역사사업에 관한 코레일의 권리와 의무는 코레일이 현물출자받은 운영자산을 규정한 '구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해석을 따라야한다"며 "이에 대한 해석상 2005년 철도공사가 코레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코레일은 창동역사사업에 대해 주주의 권리만 갖게 됐을 뿐 실질적인 통제권은 갖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코레일은 현재 창동역사㈜에 대해 33%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인 67%는 서초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공사비용 등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려면 그 사업에 대한 공동경영의 약정인 조합계약이 있어야 하는데 코레일과 효성간 이같은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관련법규나 대법원 판결에 비춰 볼 때도 코레일이 공동시행자·공동건축주라는 점만으로는 창동역사㈜와의 사이에 조합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6월 당시 철도청은 서울 도봉구 창동 지하철 역사에 복합쇼핑몰을 짓기 위해 주식회사 서초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자본금을 출자해 2001년 3월 창동역사㈜를 설립했다.
철도청의 후신인 철도공사는 2003년 창동역사㈜와 함께 창동역사사업의 건축주이자 시행자로 등록했고 2004년 2월 건축허가를 받아 같은해 12월 첫삽을 떴다.
당초 창동역사사업의 시공사는 대우건설이었으나 2006년 4월 대덕건설로 변경되고, 다시 2007년 9월에는 시공권이 효성으로 넘어왔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사도 코레일로 변경됐다.
이후 창동역사㈜는 2007년 10월 효성캐피탈로부터 창동역사사업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280억원을 대출받았고, 효성이 이를 연대보증했다.
하지만 2010년 창동역사㈜의 임직원 김모씨(46)가 투자금 30억원을 횡령하는 등 임직원들의 수백억원의 불법대출과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서 창동역사는 자금난에 휩싸이게 됐으며, 효성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효성은 2010년 11월 공정률 27.56%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2011년 1월부터 창동민자사업 부지와 건축물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해오다가 지난해 1월 창동역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효성은 이와 함께 최초 공사시 공동시행자이자 공동건축주 지위에 있던 코레일도 함께 소송 상대방으로 세웠다. 창동역사㈜는 임직원의 투자금 횡령과 불법 대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으로부터 계좌와 부동산을 모두 압류당한 상황으로, 공사비 등 대금을 갚을 능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이 코레일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이상 효성측으로는 이겨 놓고도 실질적으로는 패소한 결과를 안게 됐다.
효성 관계자는 "이달 말쯤 판결문을 정확히 검토해보고 변호인단과 협의해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