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원화 강세 영향은 10대 그룹이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 들어 환율 관련 손실액이 8000억원이 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조7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본 것이다. 이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할 경우 환손실은 상당한 액수에 달할 전망이다.
재벌닷컴이 25일 자산 상위 10대 그룹(공기업·금융회사 제외) 소속 83개 상장사가 감사보고서에 공개한 환차손익 현황을 집계한 결과, 올 1~3분기 누적 순환차손(환차익-환차손) 금액은 약 7600억원으로 집계됐다.
환차익으로 15조9930억원을 벌었지만 환차손이 16조7530억원을 기록하며 환율로 인한 손실이 더 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대 그룹의 순환차익이 957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 1년 만에 1조717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환율 공습(원화 강세)의 여파다.
그룹별 순환차손을 보면 삼성그룹(13개사)은 지난해 1710억원에서 올해 2890억원으로 69.0% 증가했다. 현대차그룹(10개사)은 지난해 2440억원 순환차익에서 올해 2190억원 순환차손으로 역전됐다.
SK그룹(16개사) 역시 지난해 3분기 누적 순환차익이 118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순환차손 2010억원으로 바뀌었다. LG그룹(11개사)도 900억원 순환차익에서 2820억원 순환차손으로 흐름이 역전됐다.
10대 그룹 중 현대중공업그룹(3개사)만 유일하게 지난해 10억원 순환차손에서 올해 960억원 순환차익으로 환율의 혜택을 봤다. 조선업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내수 중심인 롯데그룹을 비롯해 포스코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등 외화 부채가 많거나 원자재 수입이 많은 그룹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환차익을 냈다. 다만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 위안이 됐다.
10대 그룹 상장자 중 삼성전자의 순환차손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1323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271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어 LG전자(-2588억원), SK하이닉스(-1418억원), 현대자동차(-949억원), SK이노베이션(-498억원), 현대모비스(-427억원), 삼성SDI(-407억원) 등의 순으로 순환차손 금액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닷컴은 "미국 정부의 양적축소 등 변수에도 원화 강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 연말까지 10대 그룹의 환차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