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에 소비되는 칠면조는 약 4500만 마리에 달한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칠면조 수요가 폭등하는 10월과 11월 사이 칠면조 가격은 지난 수 십 년 간 오히려 평균 9% 이상 하락해왔다. 이는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에 어긋나는 현상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칠면조 가격이 수요 증가에도 더 저렴해지는 이유가 소매업체들의 ‘저가정책(loss leader)’에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출처=유투브)
소매업체들이 추수감사절 기간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값싼 냉동 칠면조 가격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칠면조를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소비자들이 다른 식료품이나 소매제품들을 구매하게 되면 이는 자연히 매출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인 메이시스가 이런 방식으로 TV를 할인 판매하는 것이나, 사순절에 참치 가격이 더 싸지는 것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미국의 사순절에는 육식 섭취가 금지되기 때문에 대체재로 생선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뉴욕타임즈는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보통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가격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공급자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칠면조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한다는 것이다.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고기를 먹는 것은 미국 사회의 오랜 전통으로 이 시기에는 고소득층이나 칠면조고기 애호가 뿐 아니라 저소득층을 포함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칠면조 소비에 나서게 된다.
주디스 셰벨리어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물건 가격에는 덜 까다롭다”면서 “펩시보다 코카콜라를 더 좋아하는 소비자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파티에 쓸 음료를 고를 때는 기호보다 가격을 따진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칠면조 가격이 싸지는 이유를 장미와 대조해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 플로리스트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미 수요가 폭증하는 2월 발렌타인데이 기간에 장미는 평균가격인 63달러를 크게 웃도는 81달러 수준에 판매된다.
뉴욕타임즈는 수요가 늘어날 때 장미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는 장미 공급의 비탄력성(가격이 상승해도 공급을 늘리기 힘든 재화의 성격)에 있다고 설명했다. 장미는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공급을 크게 늘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냉동 칠면조는 미리 얼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요의 증가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
뉴욕타임즈는 “소비자들과 공급자들의 이런 행동패턴이 계속되는 한 나눔이 초석이 되는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칠면조 고기를 싼 값에 오래도록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