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日 방사능 안심하라는데..국민은 여전히 냉랭

입력 : 2013-11-27 오후 5:05:42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연일 우리나라가 방사능 안전지대라고 강조 중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에서는 수산물 매출이 급감하는 상태. 이에 정부가 말로만 안전을 외치지 말고 국민을 안심시킬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자료를 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세슘 137과 스트론튬 90 등이 포함된 오염수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진 8월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수산물 등 식품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월에는 추석명절이 끼어 있어 연중 수산물 매출이 가장 많은 시기인데도 식품매출이 마이너스 10% 가까이 떨어졌고, 10월에는 수산물 소비가 줄어든 대신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 축산물 소비가 늘었음에도 여전히 마이너스대 매출을 기록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따른 유통업체 식품 매출 추이(자료=산업통상자원부)
 
수산물 품목별로는 서해안에 서식하는 꽃게, 전어, 대구 등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반면 일본과 접한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명태, 갈치, 고등어 등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최대 40% 넘게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해양수산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은 우리나라 동해안은 방사능 안전지대기 때문에 국내 해역에서 수확한 수산물은 인체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해수부 관계자는 "1월부터 6월까지 고등어와 갈치 등 15개 품목에 대한 방사능 안정성을 조사한 결과, 다시마에서만 미량의 요오드가 검출됐다"며 "그러나 검출량(3.65~5.25/㎏)이 식약처 기준(300Bq/㎏ 이하)보다 낮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이동로를 시뮬레이션하면 오염수는 쿠로시오해류와 북태평양해류를 따라가기 때문에 한반도 연안까지 오려면 10년 정도 걸린다"며 "하반기에도 가자미, 굴 등에 방사능 안정성을 조사하고 품목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류 방향(자료=해양수산부)
 
원안위 관계자도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우리나라 동중국해와 울릉도 부근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방사능이 나오지 않았거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5년간 평균치로 나왔다"며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 아직 국내 해역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발표와 달리 방사능에 대한 국민 불안은 갈수록 커져 급기야 지난 11월11일 빼빼로데이 때는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일부 초콜릿 제품에 후쿠시마 방사능에 노출된 원료가 사용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처럼 줄지 않는 불안은 정부가 방사능 유출에 대해 딱 부러진 대응책을 못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 수산물 수입만 해도 해수부는 애초 후쿠시마현 등 8개 지역 수산물 50개 품목만 수입 금지했다가 품목 수가 너무 적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9월에야 품목 수를 늘렸다. 중국과 대만이 일찌감치 후쿠시마 일대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식약처는 수입산 식품의 방사능 관리기준에서 방사능 측정 시간을 기존 1만초에서 1800초로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관리기준을 높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검사의 신속성만 따지며 국민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통계와 과학적 기준만을 토대로 국민에 무조건 안심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정부는 수산물 방사능 안정성을 검사한다지만 국내에는 아직 플루토늄과 스트론튬을 검사할 장비가 없어 세슘과 요오드만 검사하고 있다. 수입 수산물 검역도 품목당 1㎏만 샘플링하기 때문에 완벽한 검역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표본만 발라내 세슘과 요오드 검출 여부만 확인하는 방식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힘들다"며 "아주 작은 양의 방사능도 몸에 계속 쌓이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입수·공개하고 국민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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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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