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좀체로 해결 기미를 안보이던 이란과 미국 등 서방간 핵협상이 10년만에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중동관련 통상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對이란 무역에 숨통을 열 정부의 대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란과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 규제 대신 경제 제재를 일부 풀어주는 내용의 합의안에 도달했다. 이에 동결됐던 이란의 석유관련 해외자산 42억달러가 풀리고 19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 정부부처와 산업연구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은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통상전략 마련 바쁜 모습이다. 그간 우리의 주력산업이었지만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던 에너지, 조선, 자동차, 해운 등이 시장확대 등 수혜를 입을 전망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것.
◇2008년 이후 우리나라와 이란 간 수출입 현황(2013년 상반기 기준,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이란은 우리나라의 20번째 교역국이지만 서방의 각종 교역제재 조치에 따라 2011년 이후 교역이 계속 감소세였다. 더군다나 올해 7월부터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에너지·조선·해운·항만 관련 거래, 철강 등 원료·반제품 금속 거래마저 제재를 가하면서 국내 수출입 기업의 활동폭을 더욱 좁아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산업부 통상협력국 관계자는 "對이란 제재 후 정부는 중소기업청과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등을 통해 정책자금 지원하고 터키, 이라크, 남아프리카 등에 대체시장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번 합의안 도출로 그동안 막혔던 중동 수출길이 열리면서 국내 산업계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는 수출기업에 대한 기존 지원규모를 곧바로 줄이거나 갑자기 지원방향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의안이 6개월짜리 시한부일 뿐 아니라 미국과 이란간 팽팽한 긴장 탓에 6개월내 최종합의에 도달한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아직 기존 지원책 외에는 별도의 구체적 정책을 마련하기 애매하다"며 "이란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이 경제 제재를 완전히 푸는 등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만 비로소 정부도 정책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외교부 역시 관망세다. 이란을 담당하는 외교부 중동1과 관계자는 "일단 이번 합의안은 환영이고 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며 "그러나 워낙 변수가 많은 문제인 만큼 합의안 이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기획재정부, 산업부 등과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연구원과 코트라 등은 장기적으로 제재해소를 예상하고 국내 산업계 지원을 위한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안을 이끈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이 핵문제에 비교적 온건할 뿐 아니라 중동이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어 서방이 언제까지고 경제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원유 매장량 2위고 중동에서 이집트 다음으로 내수시장이 큰데, 이란과 교역이 끊긴 이후 서방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교역중단이 밑도끝도 없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재 완화를 준비하며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과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찌감치 이란에 대한 수출확대 품목을 발굴하고 비제재 대상인 민간 교류를 넓히는 한편 우리와 교역조건이 상당 부분 겹치는 중국과 일본 등과 미리 수출품목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對이란 수출 기업규모별 현황(자료=산업통상자원부)
코트라 관계자는 이란 경제제재 완화에 따른 수출시장 확대의 수혜가 대기업에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실제로 산업부 자료를 보면 對이란 경제제재의 타격으로 지난해부터 이란 수출중소기업이 1년 만에 1000여곳나 줄었고 수출액도 급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부가 이란 제재와 관련 중소기업에 정책자금을 지원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수출여건 악화로 가장 손해를 본 건 중소기업"이라며 "중동시장 확대의 이득을 누리려면 에너지, 조선, 자동차, 해운 부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