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잇단 비리 사건에 대해 부랴부랴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국민은행 비리사건으로 인해
KB금융(105560) 전현직 경영진들이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건호 행장이 공식사과를 한 27일 민병덕 전 행장은 사태의 책임이 밝혀진다면 성과급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어윤대 전 회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문제가 없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국민은행 비리사태의 핵심은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과 국민주택기금 채권 위조·횡령 사건이다. 지점장과 직원들이 부당대출로 비자금을 만들고, 소멸시효가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직원이 횡령한 경제범죄다.
초기에는 이들 사건이 전임 경영진 시절 발생했다는 점에서 올해 취임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책임론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유례없는 특별검사에 착수하면서 임 회장과 이 행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임 회장은 어 전 회장 재임시절 KB금융 사장을 맡고 있었으며, 이 행장도 리스크담당 부행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올해 취임 후 내부통제 책임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영록 회장 역시 전직 KB금융 사장 출신으로 조직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장점에 힘입어 회장으로 추대됐다"며 "금융당국의 제재는 피한다해도 경영 리더십에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 사태로 인해 KB금융이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 인수 가능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은 최고가 낙찰 원칙에 변함 없지만 대주주의 도덕적 경영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며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이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우리투자증권(005940) 등
우리금융(053000)지주 증권계열 본입찰에 불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국이 경영진을 문책하기로 한 비상상황에서 1조5000억~2조원으로 예상되는 인수합병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사태가 이렇지만 KB금융은 아직까지 임 회장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긋기를 하고 있다. 금융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계열사의 문제에 대해 임 회장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부족하다는 자질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직 사장을 지냈지만 우리, 신한,
하나금융지주(086790) 등 타 지주사와 달리 내부출신이 아니다보니 조직을 추스리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최근 당선된 성낙조 노조위원장도 "이번 국민은행 사태는 낙하산 인사가 빚은 참극"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드러난 비리사태는 일차적으로 과거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수사당국과 감독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임 회장까지 책임 범위를 확대하기에는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KB금융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장의 사과는 모두 임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일련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지시하면서 직접 컨트롤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