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지난 29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2017년 대선 집착하지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언론들이 일제히 "차기 대선 출마 시사"라고 해석한데 대해 문 의원이 "조금 과도하다"며 "그건 정권교체에 저도 최대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원론적 얘기"라고 해명했다.
문 의원은 2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제 얘기는 지난 대선에서 부족함이 있었던 부분을 잘 풀어나가자고 다짐하고, 2017년에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의원은 "제 얘기는 평소에 열심히 하자는 것"이라며 "'대학'과 '학과'는 고 3이 돼야 정하지 않나. 그렇지만 1학년 때부터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 출간한 책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안통치를 하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배경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선 때 국가기관 선거개입이 드러났다. 그것이 초래한 민주주의 훼손을 걱정하면서 바로 잡겠다는 진정성만 보여주면 이 문제가 다 풀리는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에는 대화나 타협을 중시하는 지도부가 들어서 있는데 전혀 여지를 주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기조를 바꾸겠다', '대화도 하고 야당 이야기도 듣겠다'. '국정원 대선개입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볼 게 아니다'고 하라는 촉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상관없는 일 정도로 거리 두고 있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정당한 업무였다며 아예 부정하고 있다"며 "문제를 풀 기본자세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검이라는 것이 양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검찰 등의 기존 수사기관을 통한 수사를 신뢰하기 어려우니까 특검을 통해서 수사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진상규명은 특검에 맡기고 정쟁을 끝내고 예산안과 법안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그 정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대체 야당이 어떻게 운신하나"고 따졌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 ⓒNews1
문 의원은 또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볼 때 정치적으로 진정성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그 말 자체로 대통령이 이 사건을 부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말들에 진정성이 없어지는 이유는 새누리당이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해선 "반민주주의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소돼 있지 않나. 이석기 의원이 기소된 사건의 결과를 봐야한다. 그 결과도 보지 않고 곧바로 헌재에 유사 이래 처음 있는 해산청구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서둘지 않으면 나라가 무너지나. 무슨 큰 위협이 되나"며 "우선은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돼야 그걸 근거로 정당이 존립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박 대통령이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소속의 박창신 원로목사의 발언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문 의원은 "박 신부의 발언은 미사 중의 강론이다. 일종의 종교 일부로 신성시 하는 것"이라며 "물론 강론이라 해도 발언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품격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외국에서 볼 때 얼마나 이상한 나라겠나"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대화록 유출, 국가기관 대선개입, 종북몰이 중 어느 것에 가장 분노하나'란 질문에는 "종북몰이에 가장 분노한다"고 답했다.
그는 "대선개입은 과거의 일이다. 다시 하지 않게끔 재발방지책을 만들자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그렇게 되지 않겠나"며 "그런데 종북몰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작동할 프레임이다. 종북이 뭔가. 빨갱이라는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분열시켜 대결하게 만들고 공존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정말 나쁘다. 대한민국의 절반 정도가 종북이라는 게 말이 되나"며 "세계적으로 정치학적으로 보면 저도 겨우 중도우파 정도다. 설령 제가 정치현실에서 제가 진보편이라고 쳐도 저를 종북이라고 하면 되겠나. 우리는 북한 체제 싫어서 내려온 피난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활동 증가로 민주당 지도는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지도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책 출간 배경에 대해선 "대선 1년을 넘기기 전에 제 나름대로 패자 대선후보가 보는 대선 평가를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실 국감 시작 전에 초안이 다 만들어졌는데 들어가고 나니깐 도대체 책 손 볼 여유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대선 평가 목적은 지난 대선에서 배우자는 것"이라며 "배워서 우리가 다음에는 희망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평가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그동안 우리 쪽에서 했던 대선 평가가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선에서 패배해서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도 있지만, 패배했더라도 앞으로 잘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망을 세워가야 하는데 그러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문 의원은 이날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의 비판 기자회견에 대해선 "몇몇 분들이 때때로 다른 말씀을 하지만 정말 소수"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금은 지도부 중심으로 단합도 잘하고 있다. 지도부가 가는 방향이 덜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당 밖으로는 이견이 나가지 않도록 잘하고 있다"며 "저도 제가 하는 일이 당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당과 같이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