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번 사장 승진자는 총 8명인데요. 이 중 5명이 삼성전자 출신일 정도로 삼성전자에서 승진자가 많았습니다.
삼성전자 김영기·김종호 부사장은 같은 회사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조남성 부사장은 제일모직 사장에, 원기찬 부사장은 삼성카드 사장에 올랐습니다. 이와 함께 삼성벤처투자 사장에는 이선종 부사장이, 삼성화재 사장에는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이 내정됐습니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앵커: 승진 없이 자리를 옮긴 사람도 8명이라구요.
기자: 삼성전자 전동수 사장이 삼성SDS 대표이사로 옮깁니다. 삼성SDS를 글로벌 토털 IT서비스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결정입니다. 전 사장은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김기남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삼성전자로 옮겨 DS 부문 메모리사업부를 맡습니다. 김창수 사장은 삼성화재에서 삼성생명으로, 최치훈 사장은 삼성카드에서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바꿉니다. 아울러 삼성에버랜드는 공동 대표이사로 전환됩니다. 김봉영 에버랜드 사장이 현재 직을 유지하면서 리조트와 건설 부문장을 맡습니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에버랜드로 옮겨 대표이사 겸 패션 부문장을 지낼 예정입니다. 또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과 사장에는 각각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과 최외홍 삼성벤처투자 사장이 내정됐습니다.
앵커: 한편 자리에서 사실상 물러난 사람도 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삼성물산 정연주 부회장은 고문으로, 삼성생명 박근희 부회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으로 내정됐습니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겁니다. 삼성물산은 정 부회장이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발판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 받았지만 세대 교체를 위해 2선으로 물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회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외 영업 강화 방침에 부합하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배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의 경우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최근에는 삼성생명 보험왕으로 불리던 설계사의 탈세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감원 조사를 받기도 했는데요다.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삼성생명측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인사, 한 마디로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기자: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부회장 승진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삼성그룹은 2009년 인사 때부터 매년 2명의 부회장 승진자를 배출해왔습니다. 올해 삼성전자 윤부근 소비자가전 담당 사장과 신종균 IT·모바일 부문 사장이 부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두 사업부 모두 실적은 좋지만 두 사장 모두 연한이 부족합니다. 4~5년인데요. 통상 삼성의 부회장 승진 연한인 7~8년의 절반 수준입니다.
아울러 이번 인사는 '신상필벌'로 요약됩니다. 잘한 사람에게는 상 주고, 못한 사람은 벌한다는 건데요. 이번 인사에서 금융 계열사 6곳 중 증권과 자산운용을 제외한 보험·카드 등 4곳의 사장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반면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삼성전자 임원들은 대거 승진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다른 계열사에 전파하겠다는 게 삼성그룹의 전략입니다.
앵커: 이번 인사 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 남매에 관심이 쏠렸는데요. 둘째 딸인 이서현 부사장만 사장으로 승진했어요. 삼성가의 경영 승계 작업에 박차가 가해졌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기자: 맞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승진했기 때문에 이번에 제외됐습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전무에 오른 후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한 2년 만에 부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초고속 승진입니다.
부회장 승진 물망에 올랐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그대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번 인사 때 이서현 부사장이 승진하면서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을 자매가 양분하게 됐습니다. 동생인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을 담당하고 언니인 이부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서 리조트와 건설 전반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두 자매의 에버랜드 지분율은 올해 9월 기준 8.37%로 같습니다. 반면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은 25.1%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이처럼 삼 남매의 역량이 에버랜드에 집중되는 것은 지배구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매가 에버랜드 두 주축을 맡고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가장 많기 때문에 주요 의사 결정권은 이 부회장에게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을 원톱으로 두 자매의 경영 승계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보는 이윱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번주 중으로 내년도 삼성그룹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가 각 회사별로 발표된다구요. 최종 인사가 어떻게 날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