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단체의 하나이자 무역업계 대표격인 한국무역협회의 신임 회장이 이번 주에 사실상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러나 당초 이희범 회장의 연임 고사 속에 "이번에는 업계 출신이 올 것"이라던 관측과 달리, "비상상황임을 고려해 관리형 인사가 필요하다"는 논리와 함께 관(官) 출신 인사가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14일 정부와 재계, 무역협회에 따르면 무협 회장단은 오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 모여 24일 열릴 총회에서 추대할 신임 회장 선임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흔히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연합회 중앙회와 함께 '경제 4단체'로 분류되는 무협의 회장은 6만5천여 회원사를 대표하지만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빌딩을 비롯해 코엑스 등 엄청난 규모의 자산을 가진 조직의 최고 경영자(CEO)이기도 하다.
3년 임기인 회장을 뽑는 총회에는 회원사 가운데 통상 2000여개사 대표가 참여한다.
규정상은 이 총회에서 신임 회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지만 회장단(19명)이 사전 조율을 거쳐 회장을 추대하는 게 '관례'다.
지난 6일 회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이 "지금은 퇴(退)를 분명히 할 때"라며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정부와 재계에서는 모두 "조직의 성격상 이번에는 업계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 게 순리"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이런 전망 속에 현 무협 부회장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상상황인 만큼 기업인보다 업계에 중립적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인이 아닌 경우 현재 사공일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무역업계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3일에는 협회 이사회 멤버인 한 중소기업 대표가 "협회와 무관한 인사가 협회장으로 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서명용지를 회원사에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한 재계 인사는 "수출 격감으로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자신의 기업에 신경 쓰지 않고 무역 확대에 진력할 수 있는 사람이면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무협은 1946년 창립 이래 무역업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무역정책에서 정부의 '파트너'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런 성격 탓에 초대 회장도 제헌 의원과 재무장관 등을 지낸 정치인 김도연 씨가 맡았고 이후에도 박충훈, 유창순, 남덕우 전 총리 등 관측 인사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다.
재계 인사로는 1991년 21대 회장으로 선출된 박용학 전 대농그룹 회장이 처음이었고 이어 구평회 E1 명예회장, 김재철 동원엔터프라이즈 회장 등 두 명의 재계 인사가 더 맡은 뒤 2006년부터는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이희범 현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해왔다.
무협 관계자는 "특별한 이견이 없는 한 총회를 엿새 앞두고 열리는 18일 회장단 회의에서 신임 회장이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