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LG전자 HE사업부..수익률 벽을 넘어라

입력 : 2013-12-04 오후 6:20:15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5개 사업부 중 유일하게 수장이 교체되는 비운을 경험한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 과제는 단연 시장 선도력에 걸맞은 수익률 회복이다. 
 
올해 HE사업부는 영업이익률이 불과 1%대에 머물면서 TV시장 침체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분기 0.5%, 4분기에는 0%의 영업이익률보다는 높아졌다지만 과거 영광을 생각하면 여전히 성에 차질 않는다. 
 
시장 점유율도 녹록치 않다. 세계시장 14%대를 점유하며 중국과 대만, 일본 등의 거센 추격을 뿌리쳤다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8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대조된다. 10%가 넘는 격차에 라이벌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그러면서 그간의 노력이 포말로 이어질 태세다. "콘텐츠 부재"로 실패를 장담했던 삼성전자를 비웃듯 LG전자는 초고화질(UHD) TV 시장 창출에 성공했다. 다급해진 삼성전자가 뒤쫓을 정도로 선두주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여기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시장 선도력을 이어갔다. 
 
이는 한때 LG전자 전체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동인이 됐다. 삼성전자를 보기 좋게 누르며 간판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실적. 업황만 탓하기에는 실적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LG전자 안팎의 기류다. 이는 곧 권오현 사장의 경질로 이어졌다. 후임으로 낙점된 하현회 신임 HE본부장이 짊어진 부담이자 극복해야 할 최우선적 과제로 지목되는 이유다. 
 
하 신임 사장은 1985년 LG금속에 입사해 1999년부터 LG디스플레이에 몸담아 왔다. 영업기획을 비롯해 전략기획, 애플리케이션 사업부와 모바일, IT사업본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디스플레이 통이다. UHD TV와 OLED TV를 시장에 내놓게 한 숨은 핵심 주역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뒷받침 없이 두 TV가 LG전자의 이름으로 시장에 나오기는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내놓은 시장선도 제품 중 내년 가장 큰 성장이 예상되는 제품으로 단연 UHD TV를 지목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올 한 해 127만6000대가 팔린 UHD TV가 내년에는 342% 늘어난 563만7000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 치면 86억7000만달러 규모다. 
 
난관은 존재한다. UHD TV의 경우 중국이 빠르게 뒤쫓는 추세다.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무기가 되면서 전체 UHD TV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세가 역전이 됐다. 현재 중국 업체들이 파는 UHD TV의 대부분은 내수 물량으로 풀HD LCD TV와 비슷한 가격대를 내걸었다. 시장을 열어젖힌 LG전자가 주춤한 사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술, 특히 화질 구현 면에서는 아직 뚜렷한 격차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UHD TV의 해상도는 풀HD의 4배가 맞지만 색 구현 능력이나 패널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아직 UHD 해상도를 제대로 구현하는 콘텐츠가 없어 화질이 떨어짐에도 팔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내년 UHD 시험방송이 본격화되면 이런 중국의 공세도 잠잠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TV 방송은 풀HD 해상도의 영상을 업스케일링해 UHD 해상도를 구현하는데, 처음부터 UHD 해상도로 제작된 콘텐츠는 고화질의 TV와 그렇지 않은 TV의 차이가 확실히 나타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를 포착한 LG전자는 콘텐츠 확산을 위한 노력에 매진 중이다. KBS와 SBS 등 방송사에 UHD 해상도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 케이블TV 방송사 씨앤앰과 UHD TV 소프트웨어 셋톱박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미국 등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가세하면서 방송의 질적 혁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UHD TV나 OLED TV 등 차세대 TV가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게 시장의 주된 분석이다. 현재 시장 수요의 절대적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면서 파느냐가 실적 개선의 키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차세대 TV 주도권 확보를 통해 하위 라인업의 동반상승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환경은 다소나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TV 판매량은 총 2억3245만대로, 올해 판매 예상치(2억2759만대)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년간의 정체를 벗어나는 단비 같은 반전이다.  
 
특히 월드컵과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이 같은 전망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내년 TV 시장 성장이 유력한 만큼 LG전자의 판매량도 일정 부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TV의 비중도 덩달아 늘 전망이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LG전자의 TV 부문은 올해 저가 TV 경쟁 심화와 점유율 위축, 수익성 악화 등 여러 난관이 있었으나 내년에는 각종 스포츠 이벤트 효과에 따른 고수익을 가져다 줄 TV 비중 확대로 매출과 수익성이 다시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희망도 있다. HE사업부는 TV 시장 침체에도 불구, 3분기에 영업이익률을 2.5%까지 끌어올렸다. 신임 본부장을 맞은 HE사업부가 내년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수장의 운명이 또 다시 갈릴 수도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답은 시장이 쥐고 있다. 시장을 뚫는 힘은 LG전자의 몫이다.
 
◇LG전자의 65인치 UHD TV.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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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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