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RO' 수사中 진보당원명부 압수..위법증거수집 논란

영장목록에도 포함 안돼..변호인"정당법도 위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불온서적 여부도 공방

입력 : 2013-12-09 오후 7:22:24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진보당) 당원명부를 압수한 것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측 간 격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정원은 '혁명조직'(RO)의 조직원이 진보당원으로 활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으나, 변호인 측은 정당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9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의 내란음모 사건에 김모 국정원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수사관은 지난 8월28일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구속기소)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진보당 안양시 당원명부가 담긴 엑셀 파일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원명부는 공개될 수 없다'는 정당법을 근거로 들며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도 당시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 당원명부가 특정돼 있었냐고 물었으나, 김 수사관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답해 위법증거수집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정당법은 범죄수사를 위한 당원명부를 조사하려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압수한 당원명부를 이번 내란음모 사건의 공소사실에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김 수사관은 "RO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자가 진보당에 가입해 활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 명부를 압수한 경위에 대해서는 "압수를 담당한 포렌식 수사관에게 물어 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국정원이 홍 부위원장이 소지하고 있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서적을 '혁명조직'(RO)의 사상학습 교재로 판단하고 압수한 것을 두고도 양측은 맞섰다.
 
변호인 측은 이 책이 '불온서적'에 해당하냐고 따졌고, 김 수사관은 제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책을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제보자 이모씨는 수사기관에서 RO 가입 절차는 '학모'(학습모임)와 '이끌'(이념서클), 성원화 순의 단계를 거치는데, 학모 단계에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등의 서적을 교재로 사상학습을 실시한다고 진술했었다.
 
내란음모 사건 공판이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7일까지 검찰 측 증인 신문을 모두 마칠 예정이다. 19일 오후부터는 변호인과 피고인 측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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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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