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정부 주도로 출범한 '토종' 헤지펀드 시장이 2년 새 1조74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짧은 기간 내 성공 안착했다고 자평한다. 갈수록 개선된 운용성과를 내세워 부지런히 덩치를 키운 영향에 국내 자본시장의 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13개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26개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1조7400억원에 달한다. 출범 당시 15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배 넘게 몸집을 불린 셈이다.
뛰어난 운용성과는 그 배경이 됐다. 성과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뭉칫돈이 유입된 결과다. 시장 스스로의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된 모습이다. 특히 출범 3년 차에 거는 시장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기관투자자들이 대개 위탁 과정에서 3년 정도 쌓인 트랙레코드(누적 실적)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다.
브레인자산운용의 '백두'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36.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지난 3월 선보인 '태백'의 수익률은 13.6%를 기록하며 꾸준히 수탁고를 늘리고 있다. 두 펀드는 각각 1900억원, 2800억원을 담고 있다.
헤지펀드 출범 원년 출시된 삼성자산운용의 'H클럽 에쿼티헤지'는 현재 16.1%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잇따라 출시한 'H클럽 오퍼튜니티', 'H클럽 멀티스트레티지' 또한 두 자릿수 수익을 내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삼성자산운용의 5개 헤지펀드는 총 5000억원이 넘는 수탁고를 기록 중이다.
이밖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현재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늦었던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대신자산운용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고성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라며 "2년의 트랙레코드가 쌓이고 운용매니저들의 역량이 확인되면서 유입자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운용 포트폴리오와 전략의 다변화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투자비중이 대부분 국내 주식에 제한돼 있고 전략 또한 롱숏 한 가지 기술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한계라는 지적이다. 수십개 전략을 담은 글로벌 헤지펀드와 맞서기엔 극명한 수준 차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본질의 성격과 다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투자 확대도 중요하지만 외국인의 투자로도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헤지펀드 운용역들의 해외진출도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를 키운 플레이어가 최근에 진입한 만큼 검증의 시간도 부족했다. 진정한 헤지펀드 스타일로 운용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며 "전략의 다양성과 글로벌 롱숏 인프라까지 갖춰지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