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던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지난주부터 주춤하면서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16일 러시아 중앙은행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환율은 1달러대 34.77루블에 거래됐다.
이달 초순 36.5 루블을 넘었던 환율이 11일 35루블 아래로 내려가더니 며칠째 34선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유가 하락 등으로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해 최고 36% 가까이 떨어졌고 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 부었으며 환율 변동폭을 조정한 것만 20여 차례가 넘는다.
그러다가 지난주 루블화 가치가 2007년 2월 유로ㆍ달러 복수통화 바스켓방식을 도입한 이래 주중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덕분에 러시아 주식 시장도 10~20% 상승했다.
이에 따라 환율이 `안정권' 내지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7(서방선진 7개국)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던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중요한 단계는 지났다. 루블화는 현재 수준에 머무를 것이고 급격한 환율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국영 TV에 출연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지금의 루블화 가치가 실제 구매력을 반영한 것으로 중앙은행은 루블 가치의 급격한 변화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쿠드린 장관의 발언에 호응했다.
쿠드린 장관은 한 걸음 더 나가 "이번 루블 가치 하락이 러시아 경제에 보약이 됐다"면서 "정부가 거시 경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한다면 루블이 5년 이내에 기축 통화로서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투자가들이 루블화에 대해 신뢰를 보내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분석가들은 루블이 아직 바닥까지 가지 않았고 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중앙은행이 또다시 환율 변동폭을 바꿔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파은행의 나탈리아 오를로바 수석 분석가는 모스크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현 수준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올해 재정 적자 전망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악화하면 루블화는 새로운 평가 절하 압력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올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의 재정 적자를 예상하면서 정부 예산 지출을 15% 감축기로 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