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기 힘든 사회)워킹맘, 임신을 누려

(하)당당하게 묻고 따지고 말하세요 "싫어요"
"시간외근무·야근 거부할 수 있어..임신사실 적극적으로 알려야"
"제도 활용률 높이는게 '관건'..관리·감독 강화돼야"

입력 : 2013-12-20 오전 10:25:48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한 것처럼 고령화도 '압축 고령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한국형 고령화'란 말까지 나옵니다.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을 사람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100년쯤 현재 수준에서 반토막이 납니다. 출산율을 높이지 않으면 국가 구조가 위험합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
 
"우리나라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릅니다. 우리의 가족 관련 정책과 제도는 발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
 
전문가들은 이처럼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증가하고 있는 직장인 여성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너무 힘든 일은 못하겠다 당당히 말하세요"
 
직장에 다니던 중 임신을 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워킹맘의 직장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의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봤다.
 
예를 들어 임신 8주차인 이연희(30세·가명)씨가 직장에서 "연말이라 일이 많으니 평일에는 연장 근로하시고요. 주말에도 나와주세요. A부서에 일이 많다고 하던데 거기로 가주시고요. 저기 10kg짜리 서류 상자 옮겨주세요"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러스트 제공=전현철)
 
모두 거절하면 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회사는 임산부에게 시간 외 근로를 요구할 수 없다. 이씨 스스로 요청하지 않은 한 야간이나 휴일 근로 또한 거부할 수 있다.
 
아울러 이씨가 "업무가 편한 곳으로 이동시켜달라"고 요청하면 회사는 들어줘야 한다. 연속 작업은 5kg이상, 연속 작업이 아닌 경우 10kg 이상의 중량물을 취급하는 업무를 임산부에게 주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는 고용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다만 사업주가 근로자의 임신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외 근무 등을 시킨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씨는 출산휴가 90일 중 44일을 출산 전에도 쓸 수 있다. 단 만 40세가 넘거나 유산·사산 경험이 있어야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유산·사산의 위험이 있다는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받아도 이용 가능하다. 휴가 가용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휴가를 쓰면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출산전·후휴가 기간 최초 60일분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마지막 30일은 고용노동부에서 급여를 지급하므로 사업주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김명희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종합상담팀장(노무사)은 "정부는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의 경우 사업주가 지급하는 60일분 임금을 월 135만원 내에서 지원해준다"며 "근로자의 임금이 월 135만원 이상인 경우 사업주가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산휴가 사용률 20%·육아휴직은 15%에도 못미쳐
 
제도 개선은 물론 필요하다. 90일짜리 출산휴가 일수 확대와 전일 유급화, 까다로운 출산 전 휴가 사용 조건 개선, 임산부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책 확대 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에 앞서 기존에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사업주나 근로자가 직장인 임산부 관련 제도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출산휴가 사용률은 정확한 통계조차 없으나 20%를 넘지 않고, 육아휴직 사용률도 15%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서울직장맘지원센터는 파악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1156만1144명(여성 460만6189명) 중 출산전후휴가 수급인원은 1만2612명으로 지난해 10월보다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아울러 임신 상태인 직장인 여성은 쉬운 근로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을 경우 회사 측이 가만히 있어도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김 팀장은 "노력 없이 되는 일은 없다"며 "부담을 이겨내고 법적인 지원책을 요구하고 직장의 부당 대우를 신고하거나, 고용노동부, 지자체 상담센터 등에 적극적으로 문의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워킹맘이 직장 내 불편 사항을 직접 신고하는 것은 많은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인 만큼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보다 강화돼야 할 것"이라며 "현재 고용노동부의 감독 인원은 매우 부족한 사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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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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