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에 수원야구장의 현황에 대해 설명 중인 이철 수원야구장 증축 리모델링 현장소장. (사진=이준혁 기자)
[수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공사 현장에 배치되고 지역을 돌며 110만명에 달하는 수원 시민의 야구 열정이 아주 대단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좋은 품질의 명품 수원구장이 되도록 짓겠습니다."
수원야구장(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1동)은 프로야구 경기가 가능한 한국 야구장 중 역사가 짧은 곳으로 꼽힌다. 환갑을 바라보는 야구장이 즐비한 상황에서 25년차(1989년 4월2일 개장)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 25년동안 한국은 가파른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를 이루었고, 프로야구를 즐기는 일반 팬들의 사고방식과 프로스포츠 운영 등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수원시와 수원을 연고로 할 10구단 KT위즈의 경기장 리모델링 결정은 당연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수원야구장을 방문해 야구장 리모델링 공사의 모습을 살폈다. 더불어 현재의 공사 진행과 향후의 공정 파악을 위해서 동부건설의 이철 현장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원야구장 증축 리모델링 공사 현장 입구. (사진=이준혁 기자)
◇내야 스탠드의 증축을 겸하는 리모델링
- 현장을 둘러보니 골조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리모델링이긴 하지만 증축이라고 여겨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 공사가 진행 중인가.
▲수원야구장에 대한 수원시 기본 계획은 완전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이다. 하지만 증축을 겸한다. 기존 1만4465석 규모를 2만석으로 대략 38% 가량 늘린다. 연면적도 기존 1만1165㎡에서 향후 2만24㎡까지 80%가량 증가한다. 현재 2층 규모 스탠드는 4층으로 확장된다. 다만 주골조를 유지하기에 공사 기간은 신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축된다. 다른 신축 공사 현장에 비해 공기가 1년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 스탠드가 4층으로 확장된다 했는데 해당 부분은 신축과 다름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 기존 스탠드에 확장을 하는 증축 형태로 지어진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든다는 점에서는 신축으로 여길 수도 있다.
- 겨울이다. 날씨도 춥고 타설·양생 등도 저온의 환경에서 장애가 없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4층 스탠드의 증축 공사는 쉽지 않을텐데.
▲현장에서 진행하는 RC공사가 아닌 PC공사를 하고 있다. RC(Reinforced Concrete·철근콘크리트)가 아닌 PC(Precast Concrete·프리캐스트)로서 공사하면 품질은 높아지고 공기도 단축된다. 다만 각종 비용이 RC에 비해 비싸다는 점은 단점이다. 그러나 겨울에도 공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감수하고 좋은 품질로 빠른 공사를 위해 PC공사를 진행한다. 스탠드 증축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요즘 비용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각종 비용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수원시의 반대나 재고 요청은 혹시 없었나. 발주처인 수원시와 협의는 어떤 형태로 진행하고 있나.
▲당장 내년부터 KT가 프로야구 리그에 진입한다. 그런데 이 공사가 세 차례나 유찰되면서 시일이 매우 많이 지났다. 덕분에 공사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우리(동부건설 컨소시엄)도 수원시도 안전은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안전한 공사는 모든 공사에서 가장 우선시 해야할 기본이다. 그렇기에 필요한 비용 증가는 상호 논의를 거쳐 원만히 진행 중이다. 협의 결과도 상당히 좋다. 수원시도 열의가 무척 대단하고 여러모로 각종 협조도 수월하다.
- 그동안 야구장 건설은 국내 S사와 H사를 비롯한 중견 건설사가 많이 해왔다. 게다가 3차례나 유찰된 공사로 이윤이 박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동부건설은 야구장과 관련된 공사는 처음이다. 이번 공사에 참여하게된 계기가 있나.
▲동부건설 입장에서 야구장은 처음이다. 하지만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스포츠 인프라 공사를 수차례 해왔다. 공사 경력과 기술 등으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직접적인 야구장 실적이 없기에 공사에 응찰한 경우라고 물으면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런 경우이기에 더욱 제대로 지을 수밖에 없다. 수원과 주변 지역은 앞으로도 회사(동부건설) 차원에서 신경을 쓰려 여기는 권역이다. 그래서 회사 경영진 차원에서도 이 수원야구장 현장에 대한 각종 관심이 상당히 크다.
◇수원야구장 증축 리모델링 공사현장 내부. (사진=이준혁 기자)
◇완벽히 탈바꿈할 마법사의 근거지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야구장을 보면 구장마다 느껴지는 특성(친 투수, 친 타자, 좌타 우세, 우타 우세 등)이 있다. 수원시와 건설 주체들이 그러한 점과 관련해 사전에 염두한 것이 있는지.
▲없다. 다른 구단과 달리 KT는 이제 선수를 뽑는 단계다. 선수의 기량을 모르기에 KT 차원에서 요구한 사안은 없다. 수원시도 어떤 형태로 하자는 말은 그동안 없었다.
- 사실상 신축에 가까운 리모델링이 아닐까 싶다. 이번 공사에서 남는 시설은 무엇이 있는가.
▲골조만 남는다고 여겨도 과언이 아니다. 설치한지 이제 2년인 내야 중앙부분 좌석을 빼고 좌석도 모조리 바꾼다. 내부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유니콘스 시절에 수원야구장에 왔던 분들은 매우 달라진 모습 때문에 새로 지은 야구장을 접해보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 예전에 없었던 스카이박스가 새로 생기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공사를 하면서 일부 변경됐다는 말을 들었다. 기존에 일부 관계자들을 통해 알려진 계획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바뀌게 되는가.
▲기존에는 20인 수용인원 규모로 11개실이 짓기로 했다. 그런데 KT의 제안을 통해 수원시와 협의를 진행하며 8~40인 수용인원 규모로 13개실을 짓는 형태로 바꿨다.
- 좌석이 현재에 비해서 당연히 편해질 것이다. 어떠한가.
▲그렇다. 모든 좌석의 폭이 50㎝ 이상이다. 특히 익사이팅석(가칭)은 51.5㎝, 본부석은 55㎝ 규모로 짓는다. 익사이팅석은 필드와 밀착하게 만들며, 프랜들리석·홈런석·패밀리석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좌석을 꾸민다. 관객들을 위한 동선 또한 매우 편리하다.
- 선수들을 위한 시설은 어찌 건설하나. 홈 구단을 원정 구단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들어 원정 구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원정 구단을 위한 시설에 비해 홈 구단을 위한 시설을 더 넓게 만드는 것은 시설이 많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원정 시설도 국내 최고로 짓고 있다. 홈 구단의 시설은 집약화해 경기력 향상을 도울 수 있게 하고 있다. 체력단련실·연습실·락카실·물리치료실·감독실은 물론 덕아웃까지 모두 인접하다.
- 지난 11일 밤에 일어난 부산 화명동 화재 참변 때문에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야구장의 안전 문제는 어떠한 형태로 준비 중인가.
▲야구장 관련 국제 피난 기준은 '8분 이내'다. 새로 태어날 수원구장은 시간을 더욱 줄여 유사시에 모든 관객이 '6분 이내' 대피가 가능하게 설계됐다. 빠른 이동이 가능한 수직 계단이 4개소가 생기고, 관람석이 증설되는만큼 콘코스도 1개소가 추가로 생긴다. 특히 새로 생길 콘코스는 폭이 '4.4m'로 넓다.
- 혹시 동부건설이 공사 도중에 시에 제안한 점도 있는가.
▲외야의 폴이 그렇다. 본래 외야 폴은 재활용하려 했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맡고 살피니 상태가 정말 상당히 좋지 않았다. 구장 구조물에 거의 문제가 없던 상황과 다르게 폴은 녹슬어 미관 문제로도 좋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폴을 새롭게 설치한다.
◇수원야구장 증축 리모델링 공사 관중석 배치 계획. (사진=이준혁 기자)
◇시공사-KT-수원시 3자 합의로 진행되는 리모델링
- 그동안의 보도마다, 그리고 각종 자료마다 구장 규모가 조금 다르게 기재돼 있다. 확실한 규모를 이번 자리를 통해서 알려달라. 또한 비수도권에 새로 짓는 구장처럼 가변형 구장으로 지을 여지가 있는지.
▲우리(동부건설 컨소시엄)는 내년 10월 완공 예정 시점까지 2만2석 규모로 짓는다. 수용인원이 2만5000명이다. 그렇지만 수원시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2018년을 기준으로 2만5000석의 야구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향후 2만5000석까지 추가 확장을 진행한다. 예산의 문제로 한꺼번에 (확장을) 진행하기 어렵고, 외야 좌석의 확장은 어렵지 않다. 지금 우리는 향후 외야 확장이 용이하도록 공사를 진행 중이다.
- 다른 구장은 불펜에 대한 각종 논란이 상당히 많다. 수원야구장은 어떻게 만들게 되는가.
▲본래 불펜을 구장 내부로 넣었다. 그렇지만 조범현 KT 감독의 제안으로 불펜을 관객들이 살펴보기 용이한 공간에 놓았다. (조 감독과 KT 측이) 관중이 신나게 환호성을 지르면서 분위기가 확 붐업되는 환경을 원했다.
- 발주자인 수원시는 물론 실사용자가 되는 KT위즈와 진행하는 협의도 잘 되는 듯 싶다.
▲물론이다. 한 달에 1~3회 정도 만나 여러가지 요구 사항을 듣고 현장에서 조치 가능한 것이라면 당연히 수용한다. KT도 수원시 그리고 현장, 삼자간의 협의는 원만하다. 공사 끝나면 보기 어려워 아쉬울 것이다. (웃음)
- 야구계에서 전문가들이 이번 공사에 도움을 주기도 하나. 있다면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
▲공사의 발주자는 수원시, 실제로 쓸 주체는 KT이나 KBO나 야구계 분들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허구연 위원(MBC 야구해설위원)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설계에 허 위원의 제안이 폭넓게 포함돼 있다.
- 아무래도 새로운 야구장이다보니 새로운 시설들과 편리한 구조로 공사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혹시 해외 선진 야구장 현황을 벤치마킹한 내용이 있는가. 그러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 진행하려 하는가.
▲그동안 후쿠오카 야후돔-히로시마 시민구장-간사이 고시엔을 들렀다. 조만간 총 12명(수원시 4명, KT위즈 4명, 공사 현장 4명) 규모로 일본에 4일간 시찰을 떠난다. 센다이-지바-요코하마-도쿄 순으로 야구장을 들른다. 센다이는 아무래도 방사능 문제 때문에 처음에는 대상지의 후보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센다이가 '리모델링'이란 차원에서 도움될 점이 많다고 해서 최종 일정에 결국 포함됐다. 안전히 잘 보겠다. (웃음)
- 끝으로 하고픈 말은.
▲공사 현장에 배치되고 지역을 돌며 110만명에 달하는 수원 시민의 야구 열정이 아주 대단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좋은 품질의 명품 수원야구장이 되도록 짓겠다.
◇수원야구장 증축 리모델링 공사현장 현장 사무실의 명칭은 이채롭다. 사무실은 함께 즐기자는 의미로 '익사이팅존'이라고 칭했고, 소장실은 '덕아웃', 사무실은 '선수락커룸'이라고 명명했다. 이철 현장소장의 아이디어다. (사진=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