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40달러(두바이유 기준)을 오르내리던 초고유가가 불과 수개월만에 배럴당 40달러대로 급락했음에도 정작 비상사태 대비를 위한 정부의 석유비축계획 목표달성이 2∼3년 가량 또 연기된다.
내년까지 비축목표 달성을 위한 예산이 태부족이어서 무리한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17일 당초 2010년이 목표였던 석유비축계획 달성목표 시점을 2∼3년 가량 연기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중이며 빠르면 다음달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내년인 2010년까지 국제 공동비축 물량 4000만 배럴을 포함, 1억4천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한다는 게 정부의 당초 목표였다.
그러나 2월 현재 비축된 석유는 정부 예산으로 구매한 물량 7748만 배럴과 석유공사의 자체 트레이딩을 통해 확보된 물량 320만 배럴 등 868만 배럴 수준으로, 내년까지 확보해야 하는 물량 1억100만 배럴(국제 공동비축분 제외)의 80%선에 불과하다.
올해 배정된 860억 원의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도 100만 배럴 가량밖에 구매할 수 없어 내년 한 해에 2천만 배럴 가까운 물량을 채워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석유공사가 과거 정부 예산을 받았지만 지나친 고유가로 사들이지 못하고 구매를 뒤로 미룬 채 계약물량을 파는 등의 형식으로 처리한 탓에 공사 자체 예산으로 추가 확보해야 하는 물량이 800만 배럴선이지만 이를 모두 사들여도 계획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석유공사는 1억100만 배럴을 확보하는 시점을 2012∼2013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원래 지난해까지 비축유를 1억17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당시에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를 오르내리면서 확보 예산으로 목표시점까지 구매가 어려워지자 2006년 말 석유비축계획의 달성시점을 2010년까지 연기하고 자체 확보물량이 아닌 공동비축물량 확보분도 2400만 배럴에서 4천만 배럴로 늘린 적이 있다.
공동비축물량은 우리나라의 비축기지에 저장된 외국의 석유로 평상시에는 저장시설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임대료를 받지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달성시점이 미뤄지면 2년만에 또다시 계획을 연기하는 셈이 되지만 경기침체기가 지나면 올해 연말부터는 다시 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아 실제 비축유 확보목표가 연기시점까지 달성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저유가를 틈타 해외 생산광구 등의 확보와 함께 전략비축유 확보에 나서는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비축유 확보목표가 미뤄지는 것은 결국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구매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이라며 "필요하면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서라도 저유가 시기에 비축유를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