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빠진 행복주택..주민대화라도 가능할까

국토부 "날짜 기다리겠다" vs 주민 "연내 지구지정 하지마라"

입력 : 2013-12-17 오후 5:51:01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지난 16일 행복주택 송파·잠실지구의 주민설명회가 무산되면서 국토부가 예정했던 주민설명회는 결국 하나도 열리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송파·잠실·목동·공릉·안산 고잔 5개 행복주택 시범지구의 주민의견 수렴에 실패,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행복주택 건립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5개 시범지구 주민설명회 모두 주민 거부
 
지구별 주민설명회 전 국토교통부 행복주택 사업 관계자는 "사실 송파·잠실지구는 찬성 쪽도 많기 때문에 주민설명회 진행에는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상황을 낙관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지난 16일 시범지구 중 마지막 열린 송파·잠실지구 주민설명회장에는 반대 피켓을 든 주민들로 채워졌다. 설명회 시작 10분전부터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행복주택 결사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설명회 진행을 막았다.
 
다른 시범지구 주민설명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송파·잠실·고잔지역 등은 '행복주택 건립반대'라는 구호로 설명회를 거부했다. 공릉지구 또한 격렬한 반대로 설명회가 무산됐다. 
 
목동지구 주민설명회는 반쪽짜리 설명회였다. 지난 13일 목동지구 주민설명회장 밖에서 국회의원과 주민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회장에는 사업 관계자를 포함해 언론인들과 몇몇 주민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 13일 목동지구 행복주택 주민설명회 현장 밖 성명서 발표 모습(좌)과 비어있는 주민설명회 현장의 모습(우) (사진=문정우기자)
 
송파·잠실지구 주민 설명회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오늘 설명회 의견·청취회는 예정대로 진행은 못하겠고 앞으로 주민설명회는 여러분들의 의견 충분히 수렴하도록 하겠다"며 "어떤 방법으로도 주민 이야기를 듣도록 할 것이며, 주민설명회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말하며 현장을 정리했다.
 
이어 그는 "돌아가서 주민들하고 다시 날짜 잡아보도록 하겠다. 주민들도 날짜를 주기로 했으니까 기다려 보겠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주민설명회에 대한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주민들과 소규모집단으로 이야기를 듣는 과정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신정호 목동지구 행복주택 건립반대 비대위원장은 "서로 협의를 해서 날짜를 잡아야한다"라며 "저희는 늘 이야기 들어볼 자세가 돼 있다. 대화를 안 하겠다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황규돈 공릉지구 행복주택 건립반대 비대위원장은 "주민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 안에 지구지정을 하지 말고 주민들과 우선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민설명회, 소통없는 일방적 전시행정 비난
 
5개 행복주택 시범지구 관계자들은 이번 주민설명회가 오는 19일 지구지정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9일에는 행복주택 지구지정안을 심의하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릴 예정으로, 이에 앞서 주민설명회 일정이 갑자기 정해졌기 때문이다.
 
공릉지구 한 비대위원은 "19일에 일방적으로 지구지정을 하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주민과 소통 없는 지구지정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파·잠실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은 "19일에 지구지정이 이미 계획됐다던데 사실이냐"고 질문을 했지만 사업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답을 일절 함묵했다.
 
이명섭 행복주택기획과장은 "(19일 지구지정은) 정해진 바 없고, 주민설명회는 다른 (담당)과들도 상의를 더 해봐야 할 것"이라며 "주민과의 접촉은 계속 해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민설명회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이란 비난도 이어졌다.
 
목동의 한 비대위원은 "축소안을 발표하기 바로 전 날, 국토부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주민설명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연말이라 설명회장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통보했다"며 "무엇보다도 시간과 장소를 주민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행정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수지 위에 아파트를 짓는 부지선정 문제에 대해 주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송파·잠실 지구의 한 주민은 "탄천 유수지 거기 하나뿐인데, 물이 차서 아무것도 못한다"며 국토부의 부지 선정에 의아함을 내비쳤다.
 
목동의 한 주민 역시 "물 넘쳐서 (공영차고지) 차들이 둥둥 떠다녔는데 그걸 알고 하는 이야기인지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6일 송파·잠실 행복주택 주민설명회 현장. (사진=문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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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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