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유럽의 국채시장에 '파멸의 올가미' 위험이 커지고 있다. 파멸의 올가미는 은행들이 보유하는 국가 부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17일(현지시간) 유럽은행감독청(EBA)은 투명성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은행들이 보유한 국가 부채의 비율이 2010년 12월부터 지난 6월 사이에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유로존 21개국의 64개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 부채 비중은 지난 2011년 9%에서 올해 6월 9.3%로 증가했다.
특히 유로존의 위험국으로 꼽히는 그리스의 정부 부채 230억유로중 99%는 그리스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의 67%에서 크게 늘어난 결과로, 유로존의 재정상태가 위험한 상태임을 시사한다.
그 밖에 스페인 은행들도 스페인 정부의 부채를 89%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키프로스의 은행들도 각각 자국 정부의 부채를 89%, 84%씩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강력해진 은행 규제 탓에 부실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정부 부채를 매입하고, 또 ECB로부터 얻은 값싼 현금으로 수익률도 높이고 자금조달 비용도 감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구조가 취약한 채무국의 부채를 은행들이 대량 보유함으로써 부실은행들이 늘고, 이 은행들이 다시 재정위기를 초래하는 파멸의 올가미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빌 블래인 민트파트너스 이코노미스트는 "남부유럽 국가의 채권을 바라보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ECB는 앞으로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고, 유럽 은행들은 정부 부채를 사들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유럽 은행들과 정부 사이의 취약한 연결고리는 더 늘어나고 유로존의 침체 위기는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