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버냉키의 깜짝쇼..뚜껑 열린 美테이퍼링

입력 : 2013-12-19 오후 4:40:10
[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산타 랠리보다 버냉키 랠리가 먼저 미국 시장을 찾았다.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내년 1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현행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줄이는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 계획을 내놨다.
 
결국 벤 버냉키 현 연준 의장 임기 중에 테이퍼링이 시작된 것이다.
 
증시는 자산매입 축소보다 경제 회복세에 무게를 실으며 1%대 상승으로 화답했다. 지난 6월 버냉키가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 의사를 밝혔을 때의 하락세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 증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시장의 이른 축하파티일 뿐 테이퍼링 실시로 인해 미국 증시는 지속적인 시험대 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12월 테이퍼링 현실화..연준 "자산매입 '100억달러' 축소"
 
연준이 이번에 내놓은 축소안은 400억달러의 미국 국채 매입과 350억달러의 MBS 채권 매입 계획을 담고 있다. 기존 450억달러 국채 매입과 400억달러의 MBS 매입에서 각각 50억달러씩 축소된 것이다. 
 
지난 6월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지 6개월만의 일이다.
 
테이퍼링 규모는 100억달러로 크지 않았지만 향후 경제상황과 고용시장, 인플레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채권 매입 액수를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자산매입 규모는 축소하되 기준금리는 0∼0.25%의 초저금리로 동결했다.
 
연준은 실업률이 6.5%를 웃돌고 인플레이션율 전망이 2.5%를 넘지 않는 한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방침은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직접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처럼 미국의 고용 개선이나 경기 회복 수준이 아직 미미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스캇 클레몬스 브라운브라더스 수석 스트래지스트는 “이번 테이퍼링 결정은 아주 작은 규모에 불과하다”면서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서기는 했지만 아직 조심스러워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헬리콥터 벤'..돈 풀기 멈추는 배경은?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언을 해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버냉키 의장이 '12월 테이퍼링'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제가 충분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연준은 테이퍼링을 알림과 동시에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실업률에 대해 한층 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우선 GDP는 올해 2.2~2.3% 성장세를 보인 이후 내년에는 2.8~3.2%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올해 2.0~2.3%, 내년 2.9~3.1%로 전망했던 것을 상회한 수치다.
 
실업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올해 7.0~7.1% 수준을 보인 이후 내년에는 6.3~6.6%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지난 9월 예측이었던 7.1~7.3%, 6.4~6.8%를 밑도는 수치다. 
 
실제 S&P 500지수는 지난 5년간 104.5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09년 10월 10.10%에 육박하던 미국 실업률은 이달 초 7% 수준으로 떨어졌다.
 
◇ 미국 실업률 추이 (사진=ycharts.com)
 
사뮤엘 워드웰 파이어니어 인베스트먼트 스트래지스트는 "금융시장이 테이퍼링에 잘 견딜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가 스스로 견딜 수 있고 더 확장해나갈 수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릭 머클러 리버티뷰 캐피탈 대표도 "뗄까 말까 고민만 하고 있던 반창고를 마침내 떼낸 조치"라며 "미국 증시나 경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커진 것도 부담 요인이 됐다.
 
지난 2007년 8690억달러에 불과했던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막대한 양적완화로 4조달러까지 확대된 상태다.
 
버냉키 의장은 "비용-편익 비율에 비춰봤을 때 연준 대차대조표가 너무 큰 폭으로 부풀려진 것도 테이퍼링에 나서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경제회복 논하기 이르다..결국 공은 ‘옐런’에게
 
지난 6월 성급한 ‘테이퍼링’ 언급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던 것처럼 이른 테이퍼링의 시행은 미국 경제를 오히려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준 총재는 "실업률이 아직 높은데다 물가상승률도 연준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는 등 경제가 미성숙했다"며 "현행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제 골드 리버럴리닝 노동 이코노미스트도 “많은 사람들에게 미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 국면”이라며 “실업률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11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실업자의 37%가 6개월 이상 장기실업상태에 놓였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인플레이션율이 연준 목표치에 한참 밑돈다는 사실도 테이퍼링이 빨랐다는 데 무게를 실어준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변화가 없는 0%에 머물렀다. 전년 동월 대비해서는 1.2% 상승했다고 하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향후 1~2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2.5%를 넘어서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며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른 테이퍼링 조치로 차기 연준 의장인 자넷 옐런의 행보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테이퍼링 조치에 옐런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됐다는 버냉키의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프 컨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옐런도 양적완화 정책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역시 알고있다"면서 "다만 이번 조치가 양적완화 축소의 시작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상승세로 반응했지만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자산매입 축소 규모가 100억달러로 작았다고는 하지만 내년에 추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 상황만 보고 테이퍼링을 시행했다가 미처 가늠하지 못한 ‘외부 변수’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FT는“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는 1조3040억달러에 달한다”며 “지금 시장 상황이 좋아보여도 옐런이 의장직에 앉은 후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상황 등이 온다면 금리는 큰 폭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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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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