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1조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담뱃값 인상을 검토한 적은 있지만 공공기관에 의한 담배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건보공단이 흡연에 따른 연간 의료비 손실액을 파악한 결과 약 1조7000억원 규모"라며 "담배소송은 비용이 많이 들고 법적 공방이 뒤따르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담배소송은 소송의 근거가 될 법률이 뒷받침되면 훨씬 효과적"이라며 "담배소송의 근거법이 있어야 한다면 국회의 입법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20일 복지부와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현재 흡연자들은 담배 한갑을 살 때마다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부가가치세 227원을 부담하지만 담배업체는 별도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지출이 생기고 정부는 흡연자 치료에 매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지만 담배회사는 흡연자가 늘수록 수익만 챙기는 셈. 이에 김종대 이사장은 국민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흡연자와 정부, 담배회사간 형평을 추구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직접적으로 담배소송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소송이 실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건보공단의 담배소송 추진을 지지한다"며 "소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또 이미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 폐해가 널리 알려진 데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담배가격 인상문제를 거론하며 금연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도 건보공단의 소송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국내 흡연자는 1000만명이 넘고 한해 5만5000명이 흡연으로 사망한다"며 "국민건강보험을 책임지는 건보공단은 흡연에 따른 건강보험 손실에 대한 보상 책임을 담배회사에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요 국가별 성인 흡연율(2012년 기준, 단위: %, 자료=보건복지부)
그러나 건보공단의 적극적 움직임과 달리 보건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뜨뜻미지근하다. 최근 의료 민영화 등 복지부가 신경 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고 담배소송은 건보공단 이사장의 개인 의견이라 정부가 공식적인 대응을 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김종대 이사장의 발언은 개인적으로 소송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서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도 주목을 끈다. 흡연이 폐암을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담배에 따른 질환자를 대표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김 이사장도 "담배소송에서 가장 힘든 게 피해의 개별 입증"이라며 "미국 플로리다주는 개별입증 대신 통계를 통해 의료비용을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흡연에 따른 질환자 증가로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손실이 크지만 담배회사는 별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설득력 있다는 분석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흡연으로 인한 질환자 치료를 위해 건보공단이 진료비 손실을 봤다는 점을 부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진료비 증가가 흡연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증명되고 정부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